[프레스나인] 농협은행 카드사업부문이 지난해 농협유통과 수의계약을 통해 20억원어치 쌀을 구매한 것을 놓고 수상한 내부거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객 사은품으로 쌀을 구매한 것과 함께 사은품 단가가 상대적으로 고가인 데다 농협유통을 통해 전례없는 대규모 계약을 진행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카드분사는 지난해 7월 농협유통 소속 창동농산물종합과 20억원의 고객 사은품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농협은행 카드분사(NH농협카드)의 3000만명 고객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사은품 제작 용도였다. NH농협카드의 총회원은 지난해 5월말 기준 2978만7000명으로 지난해 7월29일경 3000만 회원 달성이 예상됐었다. NH농협카드는 3000만 회원고객 달성을 앞당기고, 쌀값 하락에 따른 쌀 소비촉진 운동 동참을 위해 쌀 사은품 구매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경기, 강원, 충남, 충북, 경북, 경남, 전남, 전북 등 전국 팔도쌀 8종(각 500g 묶음)으로 구성된 3만원대 사은품을 기획했다. 관련 예산은 농협은행 종합기획부의 광고선전비 중 선전광고료로 집행하기로 정해졌다.

NH농협카드가 고객 사은품으로 쌀을 선택한 것은 지난해 쌀 재고 문제가 부각되자,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계열사 별로 쌀 재고 처리방안을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NH농협카드 등 금융사들이 판매 촉진을 위해 제공하는 고객 사은품은 주로 치약, 치솔 등의 저렴한 품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해 팔도쌀을 구매한다는 건 여러모로 이해하기 어렵고, 쌀 재고 문제 처리를 위한 농협중앙회 차원의 현안 처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3만원대의 고가 사은품도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농협유통을 통한 상품·용역거래 규모는 2021년 1000만원, 2020년 600만원에 불과하다. 농협유통의 농협은행을 통한 상품·용역거래 규모 역시 2021년 2억1700만원, 2020년 1억4300만원에 그치고 있다. 농협은행과 농협유통 간 내부거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농협은행이 농협유통 소속 '농협유통창동농산물종합'과 20억원 규모의 물품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때문에 NH농협카드 내부에서는 쌀 구매를 위해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고객수요가 많지 않은 품목을 대량으로 구매해 NH농협카드 임원들이 일부 수량을 내부적으로 사용했다는 의문도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카드는 영업본부/지역본부와 영업점에 업적평가 실적에 비례해 사은품을 배분한다는 기준을 마련했으나, 세부 계획은 카드회원추진부장이 전결로 처리하도록 했다. NH농협카드의 영업망은 NH카드중앙영업소, NH카드강동영업소, NH카드강남영업소, NH카드강북영업소, NH카드대전영업소, NH카드대구영업소, NH카드부산영업소, NH카드광주영업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NH농협카드는 "경쟁입찰을 통한 일반업체와의 계약 시에 제품의 신뢰도를 확인할 수 없어 사은품 제작 의미가 떨어진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의계약 사유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형판매점 이마트의 경우 추진용 사은품 세트를 취급하지 않고 있고,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도 수의계약의 이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