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근 대표 아들이 제노스코 지분 10% 이상 보유, 승계 목적 상장 의심돼"
"내년 주총서 표대결 승리 자신...경영능력 부족한 대표 재선임 저지"
<편집자주> 주식회사 존재의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다. 황제경영, 사익편취로 인한 주주 이익을 훼손했다면 경영진으로서 명백한 위반 행위다. 프레스나인은 주주가치 훼손으로 고통받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한다.
[프레스나인] “제노스코 상장 저지를 통한 오스코텍의 주주가치 증대가 최우선 목표다. 이를 위해 사측에 상장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내년 주주총회에서 김정근 대표의 재선임을 반대하는 등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최영갑 오스코텍 주주연대 대표는 12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최 대표는 오스코텍 주식 10만주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로,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주주연대 대표에 올랐다. 개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나 주주연대 활동을 위해 본업을 거의 내려놓은 상태다.
오스코텍은 최근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을 추진하는 중이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 폐암 신약 ‘라즈클루즈(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로열티 권리를 각각 20%씩 보유하고 있어 향후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에서도 손에 꼽는 수익성이 보장된 상황.
그러나 제노스코가 오스코텍과 따로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기업가치가 분산돼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오스코텍 오너인 김정근 대표가 제노스코 상장을 통해 특수관계인의 사익을 챙기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주주연대는 최 대표를 중심으로 소액주주 지분을 결집해 주주행동에 나섰다. 우선적으로 제노스코의 상장 철회를 추진하는 가운데,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의사결정을 하는 오스코텍의 거버넌스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이하는 일문일답
Q. 제노스코 상장이 오스코텍 기업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A. 현재 오스코텍에 호재가 많다. 레이저티닙과 얀센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미국에서 1차 치료제로 승인된 데 이어 유럽 승인도 사실상 시간문제다. 또 아미반타맙 피하주사(SC) 제형의 ‘약발’이 좋아 레이저티닙과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런데도 오스코텍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 있다.
회사는 제노스코 상장이 오스코텍 기업가치에 좋은 일이라고 하지만, 주식회사는 주가로 말해야 한다. 레이저티닙 병용요법 연간 매출이 3조원으로 성장할 경우, 유한양행이 로열티를 10%만 받는다고 가정해도 3000억원이 들어오고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합계 1200억원을 나눠받을 수 있다. 현재 시가총액은 말이 되지 않는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제노스코가 따로 상장되는 건 오스코텍에 손해다. 제노스코는 레이저티닙을 개발한 고종성 박사 등 이미 검증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는 중이다. 오스코텍은 이런 경쟁력 있는 회사를 굳이 따로 떼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Q. 사측은 제노스코의 연구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A. 어불성설이다. 지금 제노스코 상장은 레이저티닙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시점에 굳이 헐값에 현금화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추가적인 파이프라인 확보는 분명히 중요한 과제지만, 여기에 필요한 현금은 1~2년 안에 로열티를 통해 충분히 확보될 것이 명확하다. 제노스코가 오스코텍의 연결 자회사라는 점을 놓고 보면 “오스코텍이 유상증자로 받은 자금을 제노스코에 줄 수 없다”는 김 대표의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신약개발사업이 ‘돈 먹는 하마’,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했다. 제노스코를 상장시키는 건 돈 먹는 하마가 황금알 낳는 거위로 변신하려는 순간에 배를 갈라 다시 돈 먹는 하마로 만드는 행위다.
Q. 김정근 대표 특수관계인이 제노스코 지분을 들고 있다고.
A. 김 대표 아들이 제노스코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제노스코에서 임원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제노스코 상장이 최대주주의 기업 승계 등 다른 편익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Q. 사측의 상장 시도에 대한 주주연대의 대응 계획은?
A. 먼저 법무법인을 통해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에 상장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낼 예정이다. 오스코텍 주주들이 상장으로 인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니 재고하라는 취지다. 또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대표의 연임을 막는 한편 주주연대측 감사 선임을 추진하려고 한다. 주주연대에 참여하는 주주 중에는 금융 분야에 오래 종사한 전문가가 많은데 이 가운데 회계 역량이 뛰어난 분에게 감사 후보 등록을 요청할 생각이다. 이밖에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제노스코 상장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Q.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승산이 있나?
A. 물론이다. 현재 김 대표 측은 오스코텍 지분 12.86%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주연대는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개인투자자 주식만 약 13.5%를 모았다. 액트로 집계되지 않는 법인 투자자 중 의견을 같이하는 지분을 포함하면 2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2대주주나 사모펀드와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기존 이사 재선임이나 감사 선임 등 보통결의가 필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다만 주주 제안으로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건은 이야기가 다르다. 사측이 발행주식 총수의 5분의 4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초다수결의제’로 방어하고 있어서다. 이 초다수결의제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무효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Q. 김정근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A. 레이저티닙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등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한 예로 제노스코는 올해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했는데 당시 기업가치를 2513억원으로 평가했다. 레이저티닙 권리를 동등하게 지닌 오스코텍 시총이 약 1조5000억원이었으니 80% 가까이 디스카운트한 셈이다. 또 올해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지분 소량을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에 매각하기도 했다.
오스코텍이 2022년 한 해에만 유상증자를 2회(제3자배정+일반공모) 진행한 것도 부족한 경영능력을 보여준다. 레이저티닙의 성공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시장 환경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주가가 낮아졌는데도 유증을 단행한 것이다. 그런데 김 대표는 일반공모 유증의 할당분에 20%만 참여함으로써 부담을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겼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사모펀드가 경영을 맡아 회사를 정상화하면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Q. 오스코텍 주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A. 주주연대 활동 방향은 회사와 함께 성장하며 주주이익을 실현해 주가 상승을 도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주주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제노스코 상장 철회 같은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주주의 응원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참여와 격려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