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를 정보관리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올해 들어 제약업계는 정부의 리베이트 처벌 강화와 신 약가제도 시행으로 인해 오리지널 약을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신약개발과 관련한 정보유출 방지 차원에서 문서관리와 보안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의약품 제조관련 세부사항을 집중 점검하는 ‘밸리데이션(Validation:검증) 의무화’에 따라 각종 문서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것도 문서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배가 시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리베이트 처벌 강화와 맞물려 최근 제약사의 퇴직사원들이 고발하는 사례가 늘면서 문서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며 “이와 함께 밸리데이션 의무화로 문서들이 많아짐과 동시에 변경 및 이력관리의 이슈로 인해 제약 산업에 문서 관리와 보안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DMS·DRM 도입 선호=‘제네릭 의약품(복제약)’ 판매 위주였던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들어 신약개발에 초점을 두면서 문서 관리와 보안을 위한 전문 솔루션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최근 연구 개발 인력에 대한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연구 성과 등에 대한 보호가 절실해 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로 제약사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것은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과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이다. 중외제약은 영업과 관리 부문에 최근 서버기반컴퓨팅(SBC)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연구소 및 개발 부문에 문서의 저장·유출·이력 관리를 위해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과 EDMS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에는 개발 및 품질관리 부문에도 EDMS 도입을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화제약도 현재 개인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매체제어 관련 솔루션과 EDMS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안분연 대화제약 이사는 “EDMS의 경우 일반 문서와 제조 문서를 분리해 동시 도입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시스템 도입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제약은 오는 8월부터 문서 보안 강화를 위한 차원에서 전사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시스템 도입에 나선다. 10월 오픈을 목표로 기간계 시스템을 포함해 사내 모든 문서를 대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어 그룹웨어 재구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직 EDMS 도입 계획은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보령제약 계열 IT업체인 비알네트컴 김성수 상무는 “이미 중앙연구소와 개발팀 등에 문서 보안을 목적으로 SBC 시스템은 운영해 왔다”며 “이번 DRM 시스템 구축 사업은 2단계 문서보안 사업에 해당되는 것으로 10월 1일 시스템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 일양약품도 최근 문서 보안 강화를 위한 솔루션 도입을 한창 검토 중이며, 동아제약은 일찌감치 연구개발부문에 EDMS 도입을 완료했고, 전사적으로 DRM 적용도 마친 상황이다.
업계관계자는 “주로 제약사들이 영업부서와 경영지원부서, 제조부서 등 업무의 특성에 따라 솔루션을 다르게 적용하는 추세”라며 “DRM의 경우 전사 적용을 하고 있지만 EDMS, SBC의 경우 제약사별로 일부 부서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규제 준수로 도입 급물살=각종 제도와 규제 강화도 제약산업의 문서관리 ‘붐’을 부추기고 있다. 제약산업 선진화 정책인 밸리데이션 의무화, 미국 의약품 생산설비기준인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s), 전자기록 및 전자서명에 대한 규정(21CFR Part11)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부터 도입된 미국 FDA의 의약품 관련 규제정책인 ‘21CFR Part11’으로 인해 모든 제약사는 제품 개발 및 생산에 걸친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서 및 문서의 변화사항에 대한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당국이 원할 경우 제출해야 한다. 즉, 문서관리 단계부터 문서포맷, 저장위치 등 전자기록과 승인 관련 업무가 모두 규제되는 것으로, 이는 제약사들에 전문 EDMS의 도입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동아제약의 IT전문 자회사인 DA인포메이션의 이재현 대표는 “각종 컴플라이언스 이슈로 인해 문서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최근 제약사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문서관리의 체계화와 표준화를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며 “이는 올해 뿐 아니라 내년까지도 지속될 예정으로,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EDMS 등 관련 IT 분야에도 적지 않은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솔루션 업체들의 관심도 뜨겁다. 제약업계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세미나를 개최해 자사의 솔루션을 소개하는가 하면 국내 실정에 맞게 솔루션을 재개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형 제약사 뿐 아니라 아직 솔루션 도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국내 중소 제약사들을 겨냥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는 추세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규제 사항들이 복잡하고 세밀하기 때문에 관련 전문 솔루션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제약산업이 다른 산업 못지 않게 컴플라이언스 관련 솔루션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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