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연중기획] 2020년 잘 노는 사람들⑤, 애니메이션 김창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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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나인 연중기획] 2020년 잘 노는 사람들⑤, 애니메이션 김창수 감독
  • 임준 기자
  • 승인 2020.02.03 1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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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놀고 성공하는 사람들과의 유쾌한 만남
김창수 감독,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소식을 전하다

[프레스나인] 임준 기자=2020년, 사람들은 새로운 사업을 꿈꾼다. 다소 거창한 계획은 희망도 주지만 기대가 커져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된다. 몸이 굳어지고, 계획은 틀어진다.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본인이 재미있게 놀고 싶어 하는 것을 하면 어떨까? 노는 사람들이 성공한다고 한다. 2020년, 정말 잘 노는 사람들 50인을 취재한다. 그 다섯 번째 순서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새로운 소통을 꿈꾸는 김창수 감독을 만나보았다.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평범한 청년의 호기심이 부른 또 다른 인생

어린 시절 김창수 감독은 전라남도 광주 인근의 시골 중학생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미술을 잘했다고 한다. 학교 미술 선생님은 김 감독의 미술적 재능을 알아 인문계로 가서 미대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으로 공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수업시간을 빼먹고 만화방을 다녔어요. 만화란 만화, 무협지, 소설책을 다 읽었어요.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도 다 읽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3년이 저에게는 큰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졸업 후에 공장에서 일했어요. 그리고 군대에 갔죠. 군대 갔다 와서 공장에 다시 취업하려고 했는데, 정말로 가기 싫은 거예요. 저하고 너무 안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광주에 새로 생긴 피자헛에 알바로 들어갔죠.”
 

공장에서 일하기보다는 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는 김창수 감독. 피자헛에서 알바를 오래해서 직원으로 채용될 즈음에 김 감독은 소년 챔프나 당시 유행하던 만화 매거진에서 만화 공모전을 보게 된다. 당시 김 감독은 혼자 만화나 그림을 그리면서 습작을 하던 때였다. 혼자 만화책을 보면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 공모전에 출품했다. 1차를 합격하였는데, 최종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서울로 가서 만화를 그리겠다는 꿈을 접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공모전을 주관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김 감독은 출판사로부터 소년 챔프에 연재하는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김 감독은 20대에 서울로 상경했다.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서울에 문하생으로 갔다가 몇 달 만에 작가 선생님이 갑자기 애니메이션으로 옮겨가면서 따라가게 되었어요. 어차피 똑같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잘 몰라도 어떻게 되겠지 하고 갔는데, 많이 달랐어요. 동화 원화 레이아웃 연출로 이어지는 과정이 굉장히 지난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김 감독은 만화의 경우 내가 그리고자 하는 내용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면, 애니메이팅은 움직임이 내용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만화는 내가 원하는 그림만 그려도 되지만, 애니는 원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그림을 다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애니메이션은 감독이 되는 것이 정점인데, 애니메이션 감독이 추구하는 것에 가장 중요한 점이 움직임, 다시 말해 액팅에 대한 것을 관리하는 것이니 더 그렇게 생각되었다고 한다. 김 감독 스스로도 움직임, 액팅에 대한 재능이 있는 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예전에는 일본이나 미국의 OEM 하청을 받아서 많이 작업했잖아요. 제 이름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작업자로 많이 일했죠. 그런데 보통 과거의 경우는 직접 촬영을 다 했잖아요. 그림을 그리는 작화부, 배경을 담당하는 미술부, 색을 만드는 칼라부, 그리고 촬영부가 있었죠. 작화부에서 일하면서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일반 실사 영화하고는 정말 달라요. 굉장히 힘든 작업이죠. 그래서 물리적으로 혼자 못하니까 같이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하청을 받아서 하는 단순한 작업에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재미가 없어졌었던 것 같아요.”
 

김 감독은 이 시점에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회의를 품었다고 한다. 보다 창조적인 상황으로 참여할 수 있는 쪽으로 옮겨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의 노동자로 지냈던 시간만큼, 기계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 시기를 탈출하고픈 마음이 많았던 시기였다고 김창수 감독은 회상했다.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애니메이션의 한 노동자, 창작이란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다 내 자신을 보다

창작자는 남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남의 것이 아닌 내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존재가 투영되어야 한다. 많은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그 단계에서 거짓말과 위선을 한다. 그것도 안 되면 남의 작품을 훔쳐온다. 그렇기에 창작자가 그린 작품은 남의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나를 녹여내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점이 관건이다.
 

“여러 과정을 통과해서 본격적인 창작 애니메이션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참여하시는 분들과 창작에 관한 많은 소통을 하게 되죠. 일본이나 미국의 작품을 기계적으로 그리던 시절보다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뭔가 창작을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천년여우 여우비>에 작업자로 참여하면서 참 좋았어요."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 포스터 (자료=네이버 영화)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 포스터 (자료=네이버 영화)

김창수 감독은 그 안에서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나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노동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을 기반으로 뭔가를 만드는 작업에 적합한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공업고등학교 시절, 기계과가 아니라 건축과에 갔었다면 좀 더 자신과 잘 맞지 않았겠냐는 말을 했다. 그 말은 부분적인 협업자가 아니라 전체를 바라보고 설계할 수 있는 창작의 마인드를 생각한 것 같다.
 

“영화의 경우 연기자도 있고, 세팅해서 카메라로 찍으면 되잖아요. 그에 비해 애니메이션은 그림을 일일이 다 그려야 하고, 모든 세팅을 손으로 표현해야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 기간이 상당히 길 수 밖에 없고,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무엇을 이룬다는 게 참 어려운 거 같아요.”

 

김창수 감독이 참여한 애니메이션 '마법천자문,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포스터 (자료=네이버영화)
김창수 감독이 참여한 애니메이션 '마법천자문,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포스터 (자료=네이버영화)

좋아는 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굉장한 인내를 요구한다고 한다.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려낼 수 있다. 그렇기도 하고,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애니메이션 연출을 하는 감독들 중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 창작자도 많았다고 한다.
 

“일은 어렵고 오래 걸리고, 실사 영화처럼 제작도 많이 안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적고, 작업은 엄청 노동집약적이니 사실 이쪽에 오랫동안 남아서 붙어있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같이 소통하고 일할 수 있는 작업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서 작품을 만들어내고 보람을 느끼죠.”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애니메이션 창작 제작에 종사자수가 2,557명으로 나온다. 매우 적은 숫자다. 극장용 2D 애니메이션 종사자나 제작 환경은 이중에서 제일 열악하다. 그나마 그 인원들도 나이를 먹으면서 돈벌이가 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쪽으로 옮겨간다. 2013년에 나와 2014년 개봉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이 애니메이션에서 작화 감독으로 참여하였다.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포스터 (자료=네이버영화)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포스터 (자료=네이버영화)

“아시겠지만, 과거의 분업화 되어서 혼자 할 수 없었던 시대에서 이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애니를 혼자 만들 수 있는 시대로 바뀌었잖아요. 혼자서도 그림을 그리고 배경을 만들고, 칼라를 지정하고 촬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죠. 음악까지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개인적인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이가 드는데, 계속 제가 회사에 다니면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요.”
 

이제 그림을 그리는 것에는 자신이 있는데, 작업자로만 참여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김 감독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먹고 사는 일로 생각했다면, 애니메이션 작업은 너무 힘든 일이다. 집중해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한계점이 있고, 작업자가 아닌 창작자로서 자기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면 그 시기가 지금이 아니겠냐는 생각을 하게 된 김창수 감독.

만약 어떤 제작자가 김 감독에게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을 제안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지만 김 감독은 현장에서 그게 얼마나 힘든 일임을 알고 있었다. 요행이나 행운을 바랄 나이도 아니었고, 주저할 상황도 아니었다. 나이를 먹고 한계점이 왔다면 그 이상을 뛰어넘을 용기와 행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김창수 감독은 자기 인생에서 마흔을 넘겨 처음으로 첫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 감독하는 일에 착수한다.

 

김창수 감독 (사진=김창수 감독)
김창수 감독 (사진=김창수 감독)

김창수 감독의 3부작 단편 애니메이션의 서막이 시작되다

2015년에 나온 김창수 감독의 첫 번째 단편 애니메이션 <어둠의 저편>은 기괴한 영화다. 김 감독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고, 오랫동안 김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서 감독, 제작, 각본, 촬영, 편집까지 해냈다. 사실적인 묘사와 어둡고 불안감이 깊은 정서로 다가왔다. 가족으로 가질 수 있는 어둠과 본질에 대한 김창수 감독의 시선이 굉장히 날카롭고 직설적이었다.
 

“오래전 아버지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가족 안의 죽음을 이야기했어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죠. 아마 마흔이 넘어서 단편 데뷔작을 만드는 감독은 실상 영화도 그렇고 애니메이션에서도 흔치 않은 경우죠.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비를 들여서 제작했죠.”
 

아버지가 죽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몸에 구더기가 떼로 피어나며 존재가 사라진다. 그리고 가족은 붕괴되고, 현재에 이르러서도 누군가 계속 사라진다. 김창수 감독은 가족이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 주변에 사라지는 존재에 대한 깊은 슬픔과 고통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그 이미지가 11분 동안 몰아친다. 이 영화가 2015년에 나오고 김창수 감독은 두 번째 단편 애니메이션 <보편적인 삶>(Common Life)을 기획한다.

 

단편 애니 '어둠의 저편' (사진=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어둠의 저편'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어둠의 저편' (사진=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어둠의 저편'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어둠의 저편' (사진=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어둠의 저편' (자료=김창수 감독)
영화제 GV를 진행하고 있는 김창수 감독 (사진=김창수 감독)
영화제 GV를 진행하고 있는 김창수 감독 (사진=김창수 감독)

“힘든 제작 환경이었지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이 또한 컴퓨터로 모든 과정을 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했고, 자비를 들여도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커먼 라이프는 2018년에 완성이 되었어요. 방송에도 나가고 영화제에서도 상을 받았습니다.”
 

김창수 감독은 보편적인 삶(Common Life)을 두 번째 작품으로 꺼내면서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전작에 비해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하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도 전작처럼 어둡고 진지하지만, 표현은 상당히 중의적이고 세련되어 있다. 끝없이 이어진 무빙위크에서 한 남자 아이가 가족을 떠나 학교에 가고, 취업을 하고, 자신만의 가정을 갖는다. 그는 어느 순간 가면을 쓴다. 그 가면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되어진 사회의 시스템이다.
 

“어둠의 저편과 커먼 라이프 두 편은 기획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저는 작품을 쥐고 가는 스타일이에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아요. 그래서 두 작품은 기획이 어려웠지만 작업은 편하게 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전체를 다해야하는 부담과 노동은 정말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요."

 

단편 애니 '보편적인 삶(common Life)'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보편적인 삶(common Life)'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보편적인 삶(common Life)'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보편적인 삶(common Life)'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보편적인 삶(common Life)'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보편적인 삶(common Life)' (자료=김창수 감독)
2018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국제경쟁 초단편우수상 수상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김창수 감독)
2018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국제경쟁 초단편우수상 수상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김창수 감독)
2018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국제경쟁 초단편우수상 수상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김창수 감독)
2018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국제경쟁 초단편우수상 수상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김창수 감독)

김 감독은 보편적인 삶, 커먼 라이프로 주목을 받았다.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2018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국제경쟁 초단편우수상을 수상했다. 방송에서 소개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대단한 것은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무대와 배경으로 옮겨가면서 김창수라는 자신만의 형식미를 선보인 것이 아닐까?
 

“작년에 제작한 세 번째 단편 애니 <먹이들>은 여러 가지로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어요. 일단 기관에서 제작 지원을 받은 영화고, 그렇기에 앞서 자비로 제작한 두 번째 작품에서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창수 감독의 먹이들<preys>은 8분짜리 단편이지만 그렇게 만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2019년 후반에 제작 완료된 이 작품을 보면, 김 감독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한다. 그것은 바로 현대 사회에서 개인과 개인이 물어뜯고 자멸해 가는 엄청난 전투를 묘사하고 있다.

 

단편 애니 '먹이들(Preys)'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먹이들(Preys)'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먹이들(Preys)'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먹이들(Preys)'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먹이들(Preys)' (자료=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먹이들(Preys)' (자료=김창수 감독)

“앞서 제작한 두 작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 사이에 관계와 불안에 대해 매일 밤 고민했죠. 몇 배는 힘든 작업이었어요. 콘티를 작품으로 옮기면서 나중에 편집점까지 생각하며 작업하면서 매일 고민을 했어요. 작업하다 새벽에 잠들면서 정말 너무 고통스러워 다시는 단편 작업 하지 않을 것이라고 되뇌였어요.”
 

김 감독은 작품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도 그만두었다. 온전히 작품에 모든 것을 던졌다. 지치고 진이 빠지는 전투였다고 김 감독은 회고한다. 그럴 만큼 작품 먹이들 장면 장면은 만만치 않은 의미와 상징, 캐릭터가 전투하며 불이 튀길 듯 한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면서도 전작 커먼 라이프의 세련됨과 블랙한 분위기를 녹여내었다. 이 정도 밀도를 경험했다면 창작자는 정말 제대로 맛을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 애니 '먹이들' 작업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김창수 감독)
단편 애니 '먹이들' 작업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김창수 감독)

“지옥 같은 밤 작업을 마치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너무 내 자신이 행복한거에요.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구나라는 깨달음에 너무 기쁨을 느꼈어요. 회사 다니면서 돈 많이 받고 그림을 그릴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족과 성취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과거에 저는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내면에서 갈구했던 그게 뭔지 몰랐거든요. 하지만 분명히 깨닫게 됐죠. 그 갈구의 답은 바로 지금 내 모습이다라는 거였어요. 작업하면 너무 힘들어서 죽겠는데 정말 행복하고 소중함을 느꼈죠.”
 

김 감독은 그런 원동력의 하나로 ‘절실함’을 이야기했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겠다는 그 절실함과 절박함이 그 고통을 이겨내고 김창수 감독에게 오랜 갈구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게 했다. 예전에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산악인에게 왜 고통스러운 그 일을 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그 산악인은 ‘정상에서 내 자신을 증명할 수 있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당고개역에서 바라본 희망촌쪽 풍경 (사진=임준 기자)
당고개역에서 바라본 희망촌쪽 풍경 (사진=임준 기자)

김창수 감독, 사라진 것들에 대한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다

3편의 작품에 쏟아 부은 에너지와 노력은 김창수 감독의 집중도와 몸을 상하게 했다. 하지만 오늘도 김 감독은 새로운 작품에 필요한 자료들을 찾기 위해 당고개역에 내렸다. 희망촌으로 불리는 재개발 지역을 찾아 역을 벗어났다. 역 인근의 재개발 지역을 돌며 취재하고, 언덕을 올라 높은 산 지역의 희망촌 동네도 찾았다. 그의 차기작은 <사라진 것들>이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이 차기작을 만들고 싶어요. 내용이 그런 것들이어서요. 말씀드린 대로 절실함이 있고, 지금 해야겠다는 생각도 분명하고, 제가 정점에 있을 때, 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해서 더 하고 싶어요.”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재개발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재개발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재개발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재개발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 (사진=임준 기자)

신작 <사라진 것들>은 말 그대로 사라질 것들에 대한 김 감독의 엄청난 애정이 스며든 작품이다. 이미 여러 차례 작업한 시나리오의 요소들이 들어가 있으며, 지금까지와 또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너무 어둡고 진지하다고 하는데, 하고자 하는 주제는 많이 벗어나지 않겠지만, 표현은 바뀔 거예요. 밝고 가볍게 가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운 스타일과 내 색깔을 만들어 나간다는 면에서는 항상 다른 것을 추구하죠. 그럼 또 엄청난 고민과 두려움에 빠지겠죠. 하지만 이젠 알 수 있잖아요. 그것이 두려워 피했던 과거가 아니라, 제가 궁극적으로 오랜 길을 돌아와 찾아낸 제 삶이라는 것을요.”

 

당고개 역 앞 재개발 지역 풍경 (사진=임준 기자)
당고개 역 앞 재개발 지역 풍경 (사진=임준 기자)
당고개 역 앞 재개발 지역 풍경 (사진=임준 기자)
당고개 역 앞 재개발 지역 풍경 (사진=임준 기자)
당고개 역 앞 재개발 지역 풍경 (사진=임준 기자)
당고개 역 앞 재개발 지역 풍경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은 재개발로 분위기가 조금은 가라앉아 있었다. 인근 지역에 철거가 완료된 지역도 눈에 들어왔고, 남아있는 곳에도 집을 비우고 떠난 주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철모르는 고양이도 지나가고, 이제는 보기 힘든 연탄들도 겨울을 맞이하여 쌓여 있었다. 김 감독은 이곳에서 작품에 무대가 될 환경과 디테일을 꼼꼼하게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아낸다. 오랜 기간 동안 서울 변두리의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역할을 했을 이곳도 몇 년 안에 사라질 듯싶었다.
 

“하하 벌써 사라진 것들 때문에 고민이 많죠. 기존에 했던 작품들을 통해 기획이나 기술적으로 그리고 하고자 하는 것들이 더 많아졌어요. 그래서 제 자신을 여기에 녹여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완성도에 대한 부분도 만만치 않게 부담감으로 다가오고요.”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을 취재하는 김창수 감독과 풍경들 (사진=임준 기자)

김창수 감독에게 사라진 것들이란 무엇인가? 그가 그렇게 안타깝게 잡으려고 했던 세상과 사람들은 무엇일까? <어둠의 저편>에서는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현재의 사라져 가는 가족들. <보편적인 삶>에서는 어린 시절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그 자유와 사회적인 정체성, <먹이들>에서는 서로를 물어뜯으면서 먹어치워야 하는 인간의 관계와 불안들이 김창수 감독에게는 사라져 간 것들이 아닐까?

올해는 <먹이들>이 대중에 공개되고, 새 신작 <사라진 것들>이 제작된다. 김창수 감독에게는 또 새로운 사라져갈 것에 대한 벽화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김창수 감독의 고통스럽지만 새로운 놀이가 장전된 셈이다.

 

희망촌의 고양이 (사진=임준 기자)
희망촌의 고양이 (사진=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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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파 2020-02-03 12:54:19
굉장히 진지하게 작업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네요. 기사에 소개된 애니메이션 작품들도 궁금한데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사에서 소개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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