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누설 하면 핸드폰조사?…A제약사 서약서 "법적효력無"
상태바
비밀누설 하면 핸드폰조사?…A제약사 서약서 "법적효력無"
  • 남두현 기자
  • 승인 2021.01.07 0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원들에게 사인요구…전문가들 "위법행위" 지적

[프레스나인] 일부 제약사에서 영업비밀 노출방지를 위해 핸드폰 조사 동의 등 직원들로부터 받는 서약서 내용을 강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서약서는 법적효력이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국내 제약사는 최근 직원들에게 받은 서약서에 판매 예정 제품 등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해당 서약서에는 정보가 누설될 경우 핸드폰 압수조사에 응하겠단 내용도 포함됐다.

또다른 제약사도 수개월 전 ‘상품권 깡’ 등 리베이트와 관련한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사인을 요구했다. 리베이트가 드러날 경우에는 모두 회사 지시가 아닌 개인일탈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해당 서약서는 수년전 한 상위 제약사에서 만든 서약서와 흡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퇴사일로부터 1년간 동종업계 및 경쟁업체에서 근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는 이미 많은 제약사, 바이오기업들이 직원들로부터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비밀 누설, 동종업계 근무금지 등의 내용은 실제로는 법적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 노무사는 "심리적 압박효과 외에 법적으로 효력은 없다"면서 "영업비밀 누설을 금지하는 부정경쟁방지법에선 반도체 기술이나 약물배합 기술과 같이 오랜 시간 노력을 투자하고 관리해온 비밀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년전 국내 S사가 백신 제품에 대한 고객리스트 등 영업 자료를 가지고 다국적제약사 G사로 이직한 직원에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지적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던 것도 이같은 경우다.

동종업계 근무금지 또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법적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앞선 노무사는 "동종업계로 가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보상과 함께 협의한 사항이라면 효력이 있을 수 있지만, 막무가내 사인은 심리적인 압박효과만 있다"며 "핸드폰 조사 또한 서약서가 아닌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명백한 고의로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라면 민사소송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이 경우도 실수에서 큰 손해가 빚어질 수 있는 근로자 입장을 고려한 보수적인 판단이 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서약서는 특정한 상황에서 민사소송에서 회사 측 입장을 유리하게 할 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받고 있는 상당수 서약서는 근로자의 기본권과 저촉되는 불법적인 요소가 많은 상황"이라고 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