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충실의무 확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충실의무 확대,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프레스나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3일 여의도 국회의원 세미나실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밸류럽 토론회'를 개최됐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감면 등 정책은 자본시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총선 전후로 금투세 폐지와 상속세 감면을 자본시장 가치과 연계시키기 시작한 것은 정치적 프레임에 가깝다"며 "코로나19 이후 일본, 독일, 미국의 주가 상승과 비교해 우리나라 주가가 하락한 것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장기업의 이익이 모든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배분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이 경영 판단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의원은 상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중소기업과 비상장 기업을 주로 다루는 상법보다는 상장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특례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며 "이사회 충실 의무를 주주에까지 확대하고,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경영진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들을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은 일본의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을 언급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은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루고, 독립 이사가 전체 이사회의 1/3을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실행했다"며 "경영진과 이사회를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경영 임원에 대한 견제·감시를 강화한 점이 일본 자본시장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자로 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줄이고, 재투자를 택하면서 COE(자기자본비용)는 커지고 ROE(자기자본이익률)는 낮아지는 점을 꼬집었다. 2011년 이후 국내 상장사의 ROE 평균값은 4.1%로, 같은 기간 COE 평균값(8.4%)의 절반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일본이 밸류업을 할 수 있었던 건 자본비용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올리려면 ROE가 COE보다 커야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두산밥캣 합병 등과 관련해 주주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것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가치가 주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왜곡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총수의 경영권 남용과 이에 따른 주주 피해는 국가적인 문제로,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사 충실의무 강화에 반하는 의견도 나왔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의 이해관계의 충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이에 대한 해법으로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고 상법 개정 확대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손창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시 노동자를 위한 회사의 시혜적 조치 또한 의무 위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대신 이사의 주주에 대한 간접적인 주주이익보호를 입법화하거나 기업 의사결정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이를 벗어날 시 제재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의 주주가치 훼손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 국내 상위 50개 상장사 중 대부분이 주주가치 훼손 이슈를 겪었다. 박유경 APG자산운용 EM 주식부문 대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이 재투자를 강조하는 1997년도에 머물러 있다"며 "국내 상위 50개 상장사 중 다수가 주주가치 훼손을 겪었고 이런 회사가 우리나라 시장의 62%인데 이런 시장에 어떻게 투자하나"라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