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방사성 동위원소 수급 노력...테라파워 외 공급업체 모색
[프레스나인] SK바이오팜이 차세대 모달리티 중 하나인 방사성의약품(RPT)을 본격적으로 개발한다. 최근 홍콩 바이오텍으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한 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적인 라이센스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2034년 신약 승인을 목표로 RPT 개발을 진행해 신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다는 목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딸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기업설명회를 통해 이같은 계획을 제시했다.
30일 최윤정 본부장은 SK바이오팜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RPT 후보물질 SKL35501에 관해 “내년 하반기 임상 1상 신청(IND)을 제출할 계획이다”며 “2033년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해 2034년 미국 FDA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SKL35501(FL-091)은 SK바이오팜이 7월 홍콩 풀라이프테크놀로지로부터 도입한 물질이다. 대장암· 전립선암·췌장암 등 다양한 유형의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수용체 단백질 NTSR1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차세대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225Ac)를 전달함으로써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최 본부장은 SKL35501이 전임상에서 1회 투여로 종양을 93~99%까지 억제하는 등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획대로 개발될 경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베스트인클래스(Best in class) 약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SK바이오팜은 SKL35501 이외에도 신규 물질을 지속 발굴한다. 자체 RPT 연구개발(R&D) 역량을 배양하는 가운데 외부 업체로부터 물질 도입을 추진하는 중이다. 내년 중에 2개 이상의 후보물질을 추가로 도입해 2027년 임상 물질 2종 이상, 전임상 물질 다수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전임상~임상 초기 물질을 도입하고 임상을 진행하는 단계에서는 현금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PT 개발에 필수인 방사성 동위원소를 확보하고 RPT를 효과적으로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공급망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특히 방사성 동위원소 확보에 무게를 싣는다. SKL35501에 적용된 악티늄-225는 기존 RPT에 쓰이는 루테늄-177(177Lu) 등의 원소들과 비교해 암세포 살상력이 높지만 글로벌 공급이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레이지바이오(RayzeBio)의 경우 악티늄-225 수급 문제로 최근 임상 3상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SK바이오팜은 최근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업체 테라파워와 공급계약을 맺음으로써 악티늄-225 확보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다만 향후 개발에 속도가 붙을수록 방사성 동위원소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다른 업체와도 수급을 논의하기로 했다.
최 본부장은 “테라파워에서 확보한 동위원소로 임상 1~2상까지 커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RPT 생산의 경우 비용 효율을 따져 CDMO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RPT라는 모달리티 자체의 미래 전망이 밝다고도 설명했다. 앞서 노바티스가 선보인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는 출시 2년 만인 지난해 매출 9억8000만달러를 달성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상업적인 성공이 확인되자 여러 글로벌 빅파마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며 RPT 시장에 뛰어드는 중이다. 최 본부장은 BMS가 시가총액 18억달러였던 레이지바이오를 41억달러에 인수한 사례를 들었다.
최 본부장은 “RPT는 반감기나 방사성 문제로 인해 취급이 까다로워 진입장벽이 높은데 반대로 말하면 먼저 프로세스를 잘 구축한 업체 입장에서는 후발주자 진입이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로 경쟁사가 많지 않아 리더 포지션을 확보하기 적합한 분야”라고 봤다.
SK바이오팜은 RPT와 함께 표적단백질분해치료제(TPD),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3대 신규 모달리티로 선정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중이다. 기존 주력인 중추신경계(CNS) 저분자화합물 분야에서도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잇는 신규 상업화 제품의 인수를 모색하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날 기업설명회에 참석한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은 “제약바이오는 하루이틀 안에 결실을 보기 어려운 분야다”며 “황소가 걸어가듯 중장기적으로 차근차근 빅바이오텍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닦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