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 역합병 후 배당 자제하며 한화에너지 유동자금 확보 주력
㈜한화 직접지분 확대 보다 가족회사 통한 우회전략 택할지 주목
[프레스나인] 한화그룹 오너일가가 한화에너지의 풍부한 현금유동성을 앞세워 3세 승계구도를 완성할지 주목된다. 3형제는 지난 2021년 에이치솔루션과의 역합병 이후 배당을 자제하는 등 한화에너지 현금곳간을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어 향후 ㈜한화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한 한화에너지는 지난 7월 한화 보통주 공개매수를 통해 5.2%(약 390만주) 추가지분을 확보하며 ㈜한화 지분율을 기존 9.7%에서 14.9%로 끌어올렸다. 한화에너지는 공개매수를 앞둔 2분기에만 별도기준 약 1700억원의 현금성자산(기타유동자산 포함)을 추가로 마련하며 가용현금을 약 3000억원까지 불렸다.
다만, 목표치인 600만주(지분 8.0%) 매집에는 실패한 탓에 공개매수에 투입된 유동자금은 약 1200억원에 그쳤다. 김승연 회장과 특별관계자의 기존 한화 지분율은 43.6%로 총발행주식수의 과반을 여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화에너지가 추후 추가매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공개매수를 향후 3형제가 한화의 지배력을 한화에너지를 통해 확대해 나가겠다는 속내로 해석할 수 있어 한화에너지의 현금창출력 등 자금여력에 눈길이 더 쏠린다.
한화에너지는 2007년 집단에너지 사업을 시작으로 태양광 발전,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력 리테일, LNG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종합 에너지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사업지주사 형태를 갖춰 여러 자회사의 배당수익과 더불어 독자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탄탄한 현금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개별기준 3.9조원의 자산을 바탕으로 100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직접적인 지배력 확대를 위해서는 자체 보유자금을 활용해 지분을 흡수해야 한다. 때문에 회계상 연결이 아닌 별도기준 자금여력이 중요하다. 협병시기인 2021년 한화에너지 별도 EBITDA(에비따/상각전 영업이익)는 770억원으로 이후 2022년 933억원, 2023년 1452억원으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원자재가격 일부 정상화에 따른 매출원가가 크게 줄어들며 EBITDA 1655억원을 기록해 작년 1년치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현금유동성도 탄탄한 모습이다. 2022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마무리 되면서 현금흐름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모양새다. 공개매수를 앞둔 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순이익 증가와 운전자본 조정이 맞물리며 전년동기 400억원에서 1938억원으로 개선됐다.
한화에너지가 넉넉한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대주주인 3형제의 배당억제 노력도 한 몫했다는 평가다. 합병 전 한화에너지 전신인 에이치솔루션과 (구)한화에너지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400~500억원(합계)의 배당을 실시해 왔다.
한화에너지를 통해 승계자금을 모아온 3형제지만 합병 이후인 2022년 이후부터는 무배당 정책을 이어가며 배당을 자제해 온 덕에 이익잉여금은 최근 2년 사이 1400억원 이상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 배당을 자제하면서까지 기업 자금력을 키워 한화 공개매수에 나선 점에서 한화에너지를 중심으로 한화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비쳐진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삼형제→한화에너지→한화→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구축을 통해 향후 ㈜한화와의 합병을 염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에너지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이 부회장이 지분 50%,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