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표대결 앞두고 소액주주연대 '액트' 이해상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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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총 표대결 앞두고 소액주주연대 '액트' 이해상충 논란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4.03.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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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정 의결권 전자위임기관 '액트' 운영사 대표가 고려아연 지지입장 밝혀
19일 주총서 영풍측과 배당, 정관변경 맞서
영풍ㆍ고려아연 지분율 격차 3%P대 불과
고려아연이 지난달 26일 전자공시시스템(DART) 정정공시를 통해 주주총회 의결권 전자위임장 관리기관에 컨두잇을 추가한 당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의 블로그에 고려아연 지지 공지글이 게재돼 있다.
고려아연이 지난달 26일 전자공시시스템(DART) 정정공시를 통해 주주총회 의결권 전자위임장 관리기관에 컨두잇을 추가한 당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의 블로그에 고려아연 지지 공지글이 게재돼 있다.

[프레스나인] 고려아연의 주주총회 안건인 정관변경과 배당액을 놓고 최대주주인 영풍과 사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의결권 전자위임 대리를 맡고 있는 업체가 고려아연 지지 입장을 밝혀 이해상충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달 26일 주총 의결권 전자위임장 관리기관으로 ㈜컨두잇을 추가했다. 당초 지난달 19일 의결권 전자위임장 관리기관에 한국예탁결제원만 지정했다가 일주일만에 ㈜컨두잇을 추가했고, 해당 공시에는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ACT)의 공지문도 안내했다.

고려아연이 소개한 앳트의 공지문에는 ㈜컨두잇 대표이사 이상목이 액트의 블로그에 공개한 '고려아연 주주환원율 68%면 지지해줍시다'가 올라와 있었다. 고려아연이 의결권 전자위임장 관리업체로 컨두잇을 추가한 당일, 액트는 고려아연 지지 입장을 고려아연 소액주주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해당 블로그에서 이상목 컨두잇 대표는 "오늘 액트 팀이 최초로 회사를 적극 지지하는 글을 쓰고자 오랜만에 용기를 냈다"면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 2019년부터 (고려아연이)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에 힘써왔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찾던 모범사례가 여기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고려아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주총을 앞두고 최대주주와 사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 쪽의 의결권 대행 업무를 맡은 업체가 ‘소액주주’를 내세워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존재의 이유로 내세운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운영사가 선수(의결권 대행 업체)로 뛰는 것 자체가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은 지난달 20일 공시를 통해 이번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정관 변경의 건, 배당 결의의 건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표준정관’ 반영을 이유로 기존 정관의 제17조(신주인수권) 및 제17조의 2(일반공모증자 등)의 조항을 변경하려고 하고 있다. 현행 정관은 ‘경영상 필요 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만 제3자 신주발행을 허용함으로써 상법보다 엄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이번 정관 개정안의 핵심이라는 평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주장대로 정관이 변경돼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장 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희석돼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치면서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와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또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번 결산기에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한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2023년 8월 반기 배당금 1주당 1만원을 포함해도 2023년도 현금 배당금은 1주당 1만5000원으로, 2022년 결산기의 1주당 2만원 대비 5000원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주주친화정책을 내세우고 있고, 이익잉여금 등 배당 여력이 충분한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배당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세계 1위 제련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기술 고도화의 시설보수, 트로이카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를 위해 과도한 배당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2022년 한화임팩트 해외법인인 Hanwha H2 Energy USA Corp.에 4.8%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지난해 9월에는 현대자동차의 해외법인인 HMG Global LLC에도 5.0%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3자배정 유상증자 외에 전략적 제휴 등의 명분으로 한화, LG화학,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Urion Holdings(Malta) Limited, Morgan Stanley Investment Management 등에 자사주를 처분했다. 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처분을 통한 동맹관계 지분은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의 15.5%에 이른다. 이들 동맹 지분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할 경우 우호지분은 약 30.8%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장형진 영풍 회장 등의 우호 지분이 약 33.9%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율 차이가 3.2%포인트에 불과하다. 45.07%(2022년말 기준)에 이르는 소액주주의 향방에 따라 주총 안건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의 배당 안과 정관변경 안건이 주총에서 가결돼 고려아연의 투자전략이 차질을 빚을 경우, 장형진 회장 측이 추가 지분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동업관계였던 장씨 일가와 해주최씨 가문 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를 대비해 지분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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