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첫 발 뗀 DGB금융, 밸류업 호재에도 실적·주가 나홀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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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첫 발 뗀 DGB금융, 밸류업 호재에도 실적·주가 나홀로 하락
  • 박수영 기자
  • 승인 2024.07.1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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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는 부동산PF 리스크.. 하이투자증권 충당금 이슈
29일 2분기 실적 발표..증권가 '실적 대폭 하락' 전망
'불법 증권계좌 개설' DGB금융·iM뱅크, ESG 등급 동반 하락
자료/각사 실적보고서 및 한국거래소
자료/각사 실적보고서 및 한국거래소

[프레스나인] 밸류업 수혜주로 떠오른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DGB금융지주만이 홀로 밸류업 열풍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전환에도 불구하고 주가와 실적 모두 뒷걸음질 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와중에 계열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여전하다. 오는 29일 시중은행 전환 후 첫 실적발표에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1분기 DG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1418억원) 대비 33.5% 감소한 1117억원에 불과했다. 부동산PF 등 취약 익스포져에 대한 대손비용 증가가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해 3분기부터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자회사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져 규모가 8502억원으로 자기자본의 76.6%를 차지했다. 이 여파로 하이투자증권은 올 1분기 49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또, 충당금 전입액을 2배가량 늘린 DGB캐피탈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6% 줄어든 134억원에 그쳤고, DGB생명도 투자손익 기저 효과로 64.7% 감소한 10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 2분기 DGB금융 실적 전망이 어두운 이유 역시 부동산PF 리스크의 연장선에 기인한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DGB금융의 2분기 당기순이익을 300~500억원대로 추정한다. 증권사별 컨센서스를 보면 하나증권 530억원, IBK투자증권 521억원, SK증권 507억원, BNK투자증권 305억원 등이다. 지난해 2분기 DGB금융의 당기순이익이 1418억원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반토막보다 못한 실적이다.

증권가는 하이투자증권이 부동산PF와 관련해 2분기 중 1000억~2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을 것이라 내다본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이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확대될 여지도 있다. BNK투자증권은 DGB금융의  2분기 대손충당금이 약 258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BNK투자증권은 “DGB금융은 부동산PF 대손 부담 확대로 지배주주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증권자회사 추가 충당금을 2000억원 쌓는다고 가정했을 때 대손충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실적만이 아니다. 실적 부진은 DGB금융의 주가 약세로 이어졌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 주가는 이날 80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에 마친 8410원과 비교하면 4.16% 하락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금융주 주가가 상승 곡선을 탄 모습과는 정반대다. 올해 초 대비 18일 기준 은행업종 지수상승율이 26.36%로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DGB금융은 오히려 4.16% 하락했다. 올해 첫 거래일과 18일을 비교하면 ▲KB금융(57.46%) ▲하나금융(44.39%) ▲신한지주(37.99%) ▲우리금융지주(16.04%) 등 경쟁사들은 모두 상승했다. DGB금융와 함께 지방금융지주로 분류되는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도 각각 33.79%, 23.25%씩 주가가 뛰었다.

또, 시중은행 전환에 주주환원 축소를 우려한 외국인투자자가 등을 돌리고 있다. DGB금융의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올 초 46.49%에서 44.35%까지 약 2%p 가량 줄었다. DGB금융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올 1분기 말 기준 11.07%로 은행지주 가운데 가장 낮다. CET1은 금융사 자본여력을 나타내 주주환원 정도를 가늠하는 주요 기준으로 쓰인다. 지난달 황병우 DGB금융 회장은 자사주를 1만주를 장내매수했고, DGB금융지주 경영진도 동참해 총 16만주를 사들였지만 주주환원 정책 효과가 미미한 셈이다.

DGB금융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순익이 줄어들면 주주환원 규모를 늘리기 어려워진다. 국내 금융지주는 앞다퉈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맞춰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DGB금융과 iM뱅크의 ESG등급이 동반 하락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DGB금융의 S(사회책임경영) 등급을 A+(매우 우수)에서 A(우수)로, iM뱅크의 G(지배구조) 등급을 A에서 B+(양호)로 한 단계씩 강등했다. 지난 4월 iM뱅크에서 발생한 증권계좌 무단개설 사고로 제재 조치가 내려진 영향이다.

DGB금융의 반등을 위해선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iM라이프(구 DGB생명)와 iM라이프(구 DG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하이투자증권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iM뱅크에서 실적을 거둬야 한다. 올 1분기 iM뱅크의 당기순이익은 1195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을 넘어섰다.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DGB금융 핵심 자회사인 iM뱅크가 대기업 대출보다 관계형 금융의 강점을 바탕으로 중소·중견기업 대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관건은 iM뱅크가 제시한 주요 목표의 안정적인 달성 여부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DGB금융은 부동산PF 리스크 등에 대응하기 위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나면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DGB금융은 오는 29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앞서 DGB금융은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은행 중심의 성장으로 시중은행 안착에 힘을 싣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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