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공개매수 저지〓시세조종이 아니다"
검찰 "주가 올리기 위한 목적과 의도 분명..단순 주가 상승으로 기소했겠나"
[프레스나인]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은 11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 실장도 불구속 상태로 함께 참석했다.
이날 재판의 최대 쟁점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매수 과정에 김 위원장이 직접 시세조종을 지시했거나 사전에 이를 알고 승인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주도로 카카오 계열사들이 공모해 시세조종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그룹 임원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SM엔터를 매수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카카오는 총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공개 매수했다. 먼저, 지난해 2월 16~17일, 27일 등 3일간 363회에 걸쳐 사모펀드인 원아시아파트너스 명의로 약 1100억원의 SM엔터 주식을 고가매수·물량소진 주문했다. SM엔터 주가를 공개 매수가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것이다. 주주들이 공개매수 청약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27~28일에는 1300억원을 동원해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를 유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대항공개매수나 주식 대량 보유 보고(5%룰) 의무가 있음에도 원아시아파트너스 보유 지분을 숨긴 채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16일부터 28일까지 확보한 SM엔터 지분은 합계 8.16%로 5%를 넘었다.
이에 김 위원장 측은 "주식 매입 행위는 정상적인 경영의 일환이지 시세조종의 고의나 의도가 없었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시세조종이 성립되려면 시세 외 다른 인위적 조작으로 시세를 고정 또는 인상 시키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며 “검찰이 장내 매집 과정에서 직전가보다 높은 것만 보고 여러 경영상황들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기계적으로 시세조종으로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또,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김 위원장이 공모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김 위원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지분을 매입한 줄도 몰랐고 공소사실에도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어떻게 관여했다는 것인지 특정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인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공동보유한 지분이 5%가 넘지 않아 이를 위반했다는 공소사실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혐의를 부인하자 "기소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 사건 범행 역시 주가를 올리기 위한 목적과 의도가 인정됐기 때문에 기소한 것이지 주가가 오른 것만 가지고 기소한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꼬집었다.
한편, 같은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후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카카오 측과 공모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도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 위원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8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