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라이프·푸본현대도 보험적자 2조원 넘어
푸본현대생명, 퇴직연금 수지적자 1.2조원…미래에셋생명, 퇴직연금 수지적자 1.6조원
동양생명, 고금리 특판 판매에 한달만에 수지흑자 전환

[프레스나인]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회사의 보험영업수지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농협생명과 삼성생명의 보험수지적자가 전체 수지 적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농협생명은 금리연동형 상품의 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이 두 배 이상을 차지했다. 신한라이프와 푸본현대생명의 보험수지 적자도 2조원을 넘었다. 미래에셋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은 퇴직연금 수지적자가 대거 발생해 퇴직연금 자금이탈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11일 생명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농협생명보험의 작년 누적 보험영업수지차(수입보험료-지급보험금-실제사업비)는 4조4243억원으로 집계됐다. 농협생명의 보험수지적자는 생보사 중에서 최대 규모였다.
농협생명에 이어 삼성생명의 보험수지적자도 3조6782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생명의 보험수지적자는 작년 12월 최대로 늘어났고, 삼성생명의 보험수지적자는 11월 5조5585억원에 달했다가 2조원 가까이 줄었다.
농협생명과 삼성생명의 보험수지 적자는 전체 보험수지 적자(16조8050억원)의 48.2%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신한라이프와 푸본현대생명의 보험수지 적자도 각각 2조3939억원, 2조3653억원으로 전체 보험수지 적자의 각각 14.2%, 14.1%나 됐다. 한화생명의 보험수지 적자도 1조8958억원으로 11.3%나 됐다. 신한라이프와 푸본현대생명의 보험수지 적자는 지난해 12월 최대 규모를 보였다. 한화생명은 작년 10월 적자 규모가 3조원을 넘었다가 줄어든 모습이다.
이들 보험사의 영업수지 적자 원인은 금리연동형 상품의 지급보험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금리연동형 상품의 수지 적자가 4조7617억원이나 됐다. 금리연동형 상품의 수입보험료는 3조3081억원에 그쳤으나, 지급보험금이 7조8152억원으로 두 배 이상에 달했다. 농협생명은 2012년 금리연동형 상품의 보험수지흑자가 3조6940억원에 달했는데, 10년이 지난 상품의 대부분이 해약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도 금리연동형 상품의 지난해 보험수지 적자가 2조8323억원에 달했다. 삼성생명의 금리연동형 상품 보험수지 적자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흑자를 보였으나, 8월부터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였다.
신한라이프도 지난해 금리연동형 보험수지 적자가 2조7868억원을 기록했다. 푸본현대생명은 금리연동형 상품의 수지 적자와 함께 금리확정형 퇴직연금의 수지적자가 1조2382억원으로 퇴직연금 쏠림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생명은 금리연동형 상품의 수지적자가 1조572억원을 기록한 데 비해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수지적자가 1조7067억원으로 퇴직연금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까지 1조원 이상의 보험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동양생명은 지난해 고금리 특판 저축성보험 판매에 힘입어 작년 12월에는 1조1677억원의 수지흑자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해 보험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험산업 유동성리스크 관리'에서 "2022년 하반기 금리 급등에 따른 지급보험금 급증으로 다수 보험회사가 지급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도 유동성 부족이 발생했다"면서 "2022년의 경험은 절판마케팅을 통해 대규모로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현금흐름 유출이 이미 예견된 가운데, 보험료성장률 둔화와 예상치 못한 금리 급등이 결합해 해지패널티가 적은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에서 지급보험금이 급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