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 후보자 "불법 통치자금 시효 확인되면 재조사"
'부과제척기간'에 따라 과세 가능성 결정돼
[프레스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에서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재조명 되고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6공 비자금'에 대한 재조사와 징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세청의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6일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SK로 흘러든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질문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불법 통치자금은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 관장 측은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전신)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이라는 메모가 적힌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와 실제로 SK그룹 측으로 이 자금이 흘러 들어갔는지가 확인되면 현재 진행 중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재판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포함해 유·무형의 지원을 받아 SK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재판부가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밖에도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에 대한 추가 과세가 진행될 수도 있다.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하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확인 된 금액은 약 2700억원에 불과하다.
해당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돼도 공소시효가 지나 국고 환수는 어렵지만, 증여세 과세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 여사의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되면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세기본법의 국세 부과제척기간에 따르면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이 사실을 인지한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인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과세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반면, SK그룹 측은 비자금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과 사용처,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서 받은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이혼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서 "항소심 결과를 보고 SK가 제6공화국의 비자금과 비호 아래 성장했다는 정의가 내려져 버렸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300억원 비자금이 들어왔다는 말만 사실로 치부되고 있다”며 “지난 1995년 비자금 조사 당시 메모에 적힌 비자금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