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제3자 ITO 시장 다시 점화하나
상태바
금융권 제3자 ITO 시장 다시 점화하나
  • 신혜권 기자
  • 승인 2009.09.12 1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이 IT인프라 아웃소싱을 위해 최근 한국IBM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되면 양사는 앞으로 약 10년간 2000억원 규모의 IT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외부 전문업체에는 상대적으로 문이 잘 열리지 않던 금융권에서 모처럼 대규모 IT아웃소싱 계약이 임박해지자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제3자 아웃소싱 계약이 추가로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제3자 IT아웃소싱이 금융권서 확산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권 제3자 아웃소싱 사례 매우 적어=현재 금융권에서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IT아웃소싱을 실행하고 있는 곳은 외환은행, SC제일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교보생명, 신한카드, 한국증권금융 정도다. 이번에 한국투자증권이 한국IBM과 계약을 체결하면 증권회사로는 최초의 대규모 제3자 IT아웃소싱 사례가 등장하게 된다.

우선 가장 먼저 금융권에서 IT아웃소싱을 도입한 곳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다. 두 은행 모두 2000년대 초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이후 각각 삼성SDS와 SK C&C를 통해 IT인프라 운영 아웃소싱을 실시했다. 그동안 2~3년 단위로 IT아웃소싱 계약을 연장해 왔다.

이어 교보생명은 지난 2006년 한국IBM과 10년간 장기 IT인프라 운영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다. 외환은행은 2007년 LG CNS를 통해 데이터센터 공간만을 임차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아웃소싱을 실시했다. 이외 일부 소형 증권사들인 코스콤을 통해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신한카드 경우는 옛 LG카드 시절 LG CNS를 통해 토털IT아웃소싱 서비스를 받아 오던 것이 신한카드와의 합병 이후 자연스럽게 제3자 IT아웃소싱이 된 사례다. SC제일은행도 과거 IT자회사인 제일FDS가 KT에 이어 동양시스템즈로 매각됨에 됨에 따라 제3자 아웃소싱이 이뤄진 경우다.

이처럼 금융권에는 제3자 아웃소싱 사례가 매우 드물다. 이중에서도 실질적인 제3자 IT아웃소싱이 추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교보생명, 한국증권금융 정도다. 이중 데이터센터와 IT운영 모두를 아웃소싱하는 형태는 교보생명뿐이다.

◇제3자 아웃소싱 활성화 장애 요인은 IT셰어드서비스=금융권에서 제3자에 의한 IT아웃소싱 사례가 드문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체 IT계열사를 통한 IT셰어드서비스센터 수립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들은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각각 IT계열사인 하나INS, 신한데이터센터를 통해 IT셰어드서비스 체계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KB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로 등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실제 그동안 자체적으로 IT운영체계를 갖고 있던 우리투자증권도 연내 우리금융정보시스템으로부터 IT아웃소싱 서비스를 받게 된다. 또 오는 10월부터 신한은행, 신한생명, 신한금융투자, 신한카드 등도 신한데이타시스템을 통해 IT운영업무에 대한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하나대투증권이 최고정보책임자(CIO)를 포함해 전 IT인력과 업무가 하나INS로 옮겨간데 이어 내년에는 하나은행의 모든 IT인력과 해당 업무가 옮겨갈 예정이다. 새로 설립될 예정인 하나카드는 처음부터 자체적인 IT인력을 두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산은금융지주가 출범하게 되면 현 산업은행 IT아웃소싱 체계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금융지주도 출범 후 IT자회사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 SK, 동양, 한화, 롯데 등의 그룹 계열 금융사들은 그룹 내 IT서비스업체를 통한 IT셰어드서비스화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체계가 마련돼 있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 이어 SK, 동양, 한화 그룹은 각각 SK C&C, 동양시스템즈, 한화S&C를 통해 계열 금융사의 IT인력을 집중화하고 있다.

SK와 동양은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다. 한화는 한화손보와 제일화재 합병에 따른 시스템 통합 등이 완료되면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할 방침이다. 이미 대한생명에 대한 IT아웃소싱 실행 방안은 마련된 상태다. 롯데도 기존의 롯데카드, 롯데캐피탈에 이어 최근 인수합병(M&A)한 롯데손해보험 등에도 IT아웃소싱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업무의 특수성과 보수적 문화도 한 원인=금융권서 제3자 아웃소싱이 활발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국가적 서비스라는 금융업무의 특수성과 내부의 보수적인 문화도 한 몫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외환은행이 한국IBM을 통해 전산시스템 매각을 통한 IT아웃소싱을 추진하려 했으나 금융감독원의 반대와 여론의 반대로 인해 결국 포기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고객정보가 들어있는 은행의 주전산시스템을 외국 업체에 매각한다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했다.

그리고 언론 등을 포함한 여론들도 외국계 은행인 외환은행이 국내 고객정보를 해외기업에 유출시키려 한다고 과대 해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후 국내 금융기관들은 내부 전산시스템을 매각한 후 IT아웃소싱을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씨티은행이 한미은행 인수 후 주전산시스템을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로 이전하려 했으나 이 역시 감독당국의 반대로 인해 실제 이뤄지지는 못했다.

지난 2006년부터 IT인프라 아웃소싱을 실시하고 있는 교보생명도 장기간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을 검토 했으나 인력 운영 및 내부 문화적인 이유로 인해 결국 논의 자체를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외환은행이 구매 등의 업무에 대해 업무프로세스아웃소싱(BPO) 실시와 한국투자증권 IT아웃소싱 사례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아웃소싱 활성화에 대해 관련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IT 전문가는 “관련업체들이 기대하는 만큼 제3자 IT아웃소싱 시장이 금융권서 형성되려면 보다 더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금융지주 및 금융기관의 IT계열사 설립이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시장이 형성된다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