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본여력 점검] 농협은행, 1.8조 증자에도 불안한 117조 난외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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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본여력 점검] 농협은행, 1.8조 증자에도 불안한 117조 난외계정
  • 정재로 기자
  • 승인 2023.04.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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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CET1비율 상승에도 바젤Ⅲ 레버리지비율 5% 밑돌아
2020년 100조원 넘어선 약정, 대출약정 110조원 달해…지급보증 포함시 난외계정 117.2조원

금융당국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민간신용에 대한 관리에 나섰다. 신용팽창기에 추가자본을 적립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스트레스 완충자본 부과도 예고했다. 고금리 지속으로 대출자산 부실이 예고되고 있어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유도하자는 차원이다. 은행 입장에서 자본확충이 불가피해져 주주환원 정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한 자산 성장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기부진에 디레버리징까지 맞물려 복합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자본여력을 점검해 봤다.

[프레스나인] 지난해 5대 은행 가운데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상승한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상위은행 중 가장 높은 15.84%로 최근 2년 새 86bp 상승했다. 지난 2021년 15%대 진입 이후 줄곧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유지 중이다.

농협은행 자본비율이 눈에 띄게 개선된 시점은 지배기업인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시작한 2021년 이후부터다. 2020년말 1000억원을 시작으로 이듬에 3월(300억원)과 9월(2000억원) 총 5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한데 이어 지난해 초에는 추가로 1조2000억원의 규모 유상증자를 마쳤다.

농협금융지주가 최근 3년간 자회사인 농협은행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은 총 2조2600억원(2020년 8000억원, 2021년 7200억원, 2022년 7400억원)인데 이중 80%인 1조8000억원을 농협은행 자본비율 개선을 위해 다시 내려 보낸 것이다.

지주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농협은행 CET1 비율은 2020년 14.98%에서 2021년 15.3%, 2022년 15.84%로 상승했고, 총자본비율(BIS)도 17.7%→18.31%→18.87%로 뛰어 올랐다. 시중은행의 자본비율이 2020년 바젤Ⅲ 조기도입으로 반짝 상승 후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반해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농협은행이 유상증자에 나서면서까지 자본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단순자기자본비율(바젤Ⅲ 레버리지비율) 때문이다.

레버리지비율은 바젤Ⅲ에서 도입된 자본완충력 점검 개념으로 기본자본(Tier1)을 총 익스포저(EAD)로 나눈 정량지표다. 위험가중치를 반영하지 않은데다 재무상태표상(파생상품, 증권금융거래 포함) 외 부외항목 익스포저를 합산해 기존 리스크에 기반한 자본규제 체계를 보완했다.

농협은행 레버리지비율은 4.5%로 2년 전 4.24% 보다 26bp 개선됐지만 여전히 5%를 하회 중이다. 감독당국이 5대 은행에 권고하는 기준은 5% 이상이다. CET1 비율로는 5대 은행 중 가장 높지만, 레버리지 기준으로는 국민은행 5.49%, 신한은행 5.18%, 하나은행 5.20%, 우리은행 4.71%로 가장 낮다. 

농협은행이 타 은행 대비 CET1과 레버리지비율 간 괴리가 큰 이유는 부외(재무재표에 표시되지 않는) 항목의 익스포저의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부외거래로 지칭되는 난외계정은 은행의 권리·의무가 확정되지 않아 재무상태표상 자산·부채로 기록되지 않는 계정이다. 은행이 고객에게 신용공여를 약속한 경우 그 한도를 계상하는 것으로 한도 중 미사용잔액이 계상된다. 자산유동화회사(SPC)에 대한 신용공여, 당좌대출 약정, 마이너스통장 등이 대표적이다. 농협은행은 2020년 가계대출과 소호대출 등의 대출자산을 크게 늘리는 과정에서 약정과 지급보증을 키웠다.

난외약정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ABCP 신용공여의 비중이 대체로 높은데, 일각에서는 건설 PF대출 등 위험자산을 장부에서 감추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해말 기준 농협은행 난외계정은 대출약정 110.6조원과 지급보증 6.6조원 등 총 117.2조원 규모다.

총 익스포저에서 부외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농협은행이 11.8%로 국민은행 8.5%, 우리은행 8.8%, 하나은행 10.4%, 신한은행 10.8%를 상회했다. 신용위험의 최대 노출액 대비 난외계정 비중 역시 24.1%로 국민은행 20.2%, 우리은행 18.1%, 하나은행 21%, 신한은행 21.1%와 비교해 가장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한 주요원인 중 하나가 은행들이 외형상으로는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도 부외항목 등에서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확대했기 때문”이라며 “은행들은 금융당국 요구에 맞춰 자본확충뿐 아니라 효율적인 자산관리 방안도 모색해 나가야한다”고 지적했다.

5대 은행 단순기본자본비율 추이(단위:%). 자료/전국은행연합회
5대 은행 단순기본자본비율 추이(단위:%). 자료/전국은행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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