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부문 빠른 실적반등 어려울 것"
"호텔롯데 IPO 시일 소요, 지배구조 개편 속도낼 필요없어"
[프레스나인] 지난해 롯데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프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로 곤욕을 치렀던 롯데그룹이 올해는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으로 고전할 것으로 평가됐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유통부문의 수혜 예상에도 그룹 전반의 영업부진으로 인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롯데그룹 그룹분석보고서'에서 "롯데그룹의 올해 이익창출력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실적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관광과 레저부문에서는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롯데케미칼 등 화학부문의 실적이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화학부문은 높은 원가부담 속 공급과잉 심화로 인해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올해 2분기 첨단소재 부문 실적개선과 롯데정밀화학 연결 편입효과에도 불구하고, 기초소재 부문 적자 지속과 타이탄 영업손실 확대로 영업적자 기조를 탈피하지 못했다."고 화학부문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유가상승 등으로 올레핀 스프레드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빠르게 실적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그룹의 비금융부문에서 화학부문은 전체 매출의 33.0%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사업부문이다.
화학부문의 영업부진과 함께 대규모 자금소요도 예상돼 재무적인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그룹 분석보고서에서 화학부문의 실적 저하와 롯데건설의 유동성리스크 지원, 국내외 석유화학 설비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그룹의 재무적 부담이 대폭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기평은 "화학부문은 수익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운전자본투자 증가와 2차전지 소재 및 국내외 설비투자 확대, 롯데건설향 재무 지원 등으로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했다"면서 "롯데건설의 IFRS로의 회계기준 전환, PF유동화증권 차환 대응 등의 과정에서 차입규모가 급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호텔부문의 잉여현금흐름(FCF) 적자 기조가 이어졌고, 유통부문만 영업현금창출력으로 투자 관련 자금소요에 대응할 수 있었다.
한기평은 "올해 들어서도 음식료 부문의 선제적인 재고자산 확보와 자본적지출 증가에 따른 잉여현금 적자, 화학부문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분 인수, 자본적지출 등으로 차입부담이 재차 상승함에 따라 재무레버리지 상승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장미수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화학부문은 2023년 2분기 이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긍정적이겠지만, 경기 성장 둔화와 신증설 부담 등으로 업황 반등에 따른 수익성 개선 여력이 높지 않다"면서 "2024년 이후 신증설부담이 완화되면 수익성이 개선되겠으나, 직전 호황기(2015~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롯데지주 체제 완성을 위한 호텔롯데의 IPO가 당분간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민호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지주체제 밖에 있는 호텔롯데, 롯데물산 등의 지주사 편입을 위해서는 호텔롯데 IPO가 선행돼야 하는데, 영업 및 금융여건 등을 감안할 때 IPO 진행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게다가, 일본롯데의 신동빈 회장 지지와 실질적인 한일 통합 경영 계획 등을 고려하면 당장 롯데지주 체제 완성을 위한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낼 필요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2017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투자/사업부문 분할합병을 통해 롯데지주를 설립했다. 2019년에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소유 금지라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충족을 위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지분을 매각했다. 이를 통해 롯데지주는 롯데쇼핑(40%), 롯데웰푸드(47.47%), 롯데칠성음료(45.0%), 롯데정보통신(64.95%), 대홍기획(68.7%),롯데상사(44.86%), 코리아세븐(92.33%) 등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40% 이상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롯데지주는 호텔롯데(11.10%)와 L제2투자회사(1.48%), L제12투자회사(0.79%), 롯데홀딩스(2.49%) 등 지주 체제 외부 기업과 해외 계열사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 롯데지주의 주요 주주인 호텔롯데는 일본 기업인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L제9투자회사(10.41%) 등의 지분이 99%에 이른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국내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에 의한 지배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 IPO가 이뤄져야 한다. IPO를 통해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의 호텔롯데 지분이 처분되면 롯데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