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진단] 중·저신용대출 목표맞추기 급급…수익모델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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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진단] 중·저신용대출 목표맞추기 급급…수익모델 부재
  • 정재로 기자
  • 승인 2023.04.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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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성과 불투명 속 차별성 부재, 규제완화 요구에 설립취지 배치 지적
"기존 은행과 구별되는 비즈니스 모형 제시 못해"
"중저신용자 대출, 혁신산업 대출 등 고객중심 금융서비스 제공해야"

정치권에서 제기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 방안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와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 신성장동력 창출을 목표로 올해 출범 6년을 맞았다. 금융 접근 채널의 편의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은 인정할 만 하다. 하지만 차별화된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한 중·저신용대출 증대 역할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출범 6년을 계기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취지를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와 현황을 살펴본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은행업 인가 당시 중금리 사업계획 발표내용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은행업 인가 당시 중금리 사업계획 발표내용

[프레스나인] 인터넷은행은 최근 해외 금융시장 불안과 고금리로 인한 리스크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중저신용대출 비중은 올해 더 늘려야 하는 처지다. 인터넷은행 특성상 아직 사업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있지 않아 금융위기 대처능력이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자칫 유동성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0.49%로 1년 전보다 0.27%p 상승했다. 케이뱅크도 0.41%에서 0.85% 두 배 이상 늘었고, 토스뱅크는 지난 4분기에만 0.49%p(0.3%→0.79%) 증가했다.

오름세가 가파른 점이 불안하다. 카카오뱅크가 4분기에만 0.13%p(36%↑), 케이뱅크는 0.18%p(27%↑) 올랐다. 가계신용대출로 국한될 경우 연체율은 케이뱅크 1.06%, 카카오뱅크 0.57%, 토스뱅크 0.79%로 더 증가했다.

연체율과 맞물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비율(NPL)도 상승했다. 작년말 카카오뱅크 NPL은 0.36%로 전년도 0.22% 보다 0.14%p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1년 사이 0.54%에서 0.95%로, 4분기에만 0.2%p 상승했다. 토스뱅크도 4분기에만 0.23%에서 0.53%로 두 배 이상 뛰어 올랐다.

인터넷은행 연체율 상승이 우려스런 점은 기존 시중은행보다 부실 리스크가 높은 중저신용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21년부터 설립목적에 맞게 중저신용대출 비율을 유지하도록 감독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5%를 상회한다. 토스뱅크 40.4%, 카카오뱅크 25.4%, 케이뱅크 25.1% 순이다.

이들 3사는 각각의 목표율(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에 맞게 대출을 추가로 확대해야 한다. 부동산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상황임에도 규제에 맞춰 대출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지속가능한 포용금융 실천을 위해 급격한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목표비율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유례없는 금리상승기에 은행권의 금리경쟁 유도를 위한 중·저신용대출 잔액 목표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금융당국 입장은 명확해 보인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에서 금융감독원은 중저신용자 대출비중 완화보다는 대출 확대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완화할 경우 중저신용자들이 보다 높은 금리에 노출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어 인터넷은행은 금리단층을 해소하는 보완재적 역할을 지속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저신용대출 확대를 통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대안신용평가모형을 보다 정교화 시켜 내실을 다지라는 주문이다.

설립 이전부터 업계와 학계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성장 포인트 중 하나로 전통은행과 다른 차별화된 틈새시장 개발을 꼽았다. 인터넷은행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사업모델 구축이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로 본 것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은행의 틈새시장 공략은 여전히 미진하다는 평가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인가 이후 영업을 수행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영업행태를 보면 기존 은행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비즈니스 모형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꼬집었다.

신성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최근 인터넷은행 관련 토론회에서 “기존 은행들에게 혁신 및 비용절감에 대한 압박(peer pressure), 고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존 은행산업에서 소외되었던 중저신용자 대출, 혁신산업대출 등 고객중심 금융서비스 제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테크기업의 특성을 살려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존은행이 서비스하기 어려운 신용도 범위의 중저신용자 등 니치마켓 공략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당초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도 맞고, 첨단 디지털기술에 익숙한 인터넷은행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며 결국 이를 통해 수익성 증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대안신용평가 모형의 경우 아직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 안정적인 운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면서 “당장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추가로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연체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올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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