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진단] 단기예금 편중에 유동성 리스크…"뱅크런 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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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진단] 단기예금 편중에 유동성 리스크…"뱅크런 대비 필요"
  • 정재로 기자
  • 승인 2023.04.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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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요구불예금 비중 높아 유동성 취약, 작년 금리인상기 시중은행으로 자금 대이동
6월 예금상품 중개서비스 앞두고 자금이탈 우려도

정치권에서 제기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 방안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와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 신성장동력 창출을 목표로 올해 출범 6년을 맞았다. 금융 접근 채널의 편의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은 인정할 만 하다. 하지만 차별화된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한 중·저신용대출 증대 역할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출범 6년을 계기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취지를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와 현황을 살펴본다.

인터넷은행 예수부채 증가 추이(단위:조원). 자료/전국은행연합회
인터넷은행 예수부채 증가 추이(단위:조원). 자료/전국은행연합회

[프레스나인] 인터넷 전문은행은 전자금융거래를 통한 금융중개라는 혁신적 조달 수단 덕분에 자리를 잡았다. 이를 통해 금융소외 계층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설립취지가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전자금융거래의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숙제를 남겼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유동성 리스크를 방치할 경우 은행도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이 제기됐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는 단기조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유동성 리스크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체 예수금 가운데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 비중을 보면 토스뱅크 98%(2022년말 잔액기준), 카카오뱅크 62%다. 케이뱅크는 요구불예금 비중이 극도로 낮은데, 만기 3개월 이내 단기예금 비중은 66%에 이른다. 만기 3개월 이내 단기예금을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토스뱅크는 99%, 카카오뱅크 76%에 달한다. 국내은행(일반은행+특수은행)의 요구불예금 비중이 16.4%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은행의 단기조달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나 3개월 이내 단기예금은 시장성 예금보다 조달비용이 낮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선호하는 조달 수단이다. 조달비용이 낮을수록 은행은 예대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말 국민은행의 만기 1년 이하 단기예금이나 요구불예금 비중이 약 95%에 달했었다. 덕분에 3%이상의 순이자마진(NIM)이 가능했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늘려야 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입장에서 저원가성예금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단기예금의 유동성이다. 시중은행은 단기예금의 이탈을 방어하기 위해 대출이율과 연동한 급여 및 카드결제 등을 설정한다. 카카오톡이나 토스앱을 통한 광범위한 고객망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부족한 부분은 이같은 저원가성 고객 유지능력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이 예금금리 인상을 통해 수신확보에 나서자 인터넷 전문은행의 취약성이 현실로 드러났다. 토스뱅크의 경우 지난 하반기에만 총 예금의 약 3분의 1인 8.1조원(28.4조원→20.3조원)이 유출됐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부랴부랴 예금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며 대규모 자금이탈은 모면했지만 증가세는 크게 꺾였다. 같은 기간 일반은행 저축성 예금은 6%(67조원) 늘어났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유동성 리스크는 오는 6월 예금상품 중개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예금의 이동이 용이해진 가운에 온라인 예금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올해에는 예금상품 중개 플랫폼도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예금의 급격한 이동에 따른 일부 은행의 유동성 리스크를 꾸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단기 예수부채 비중이 크기 때문에 뱅크런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전문은행들도 수신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말 26주적금의 최고 금리를 연 7%로 인상했고, 케이뱅크도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했다. 토스뱅크 역시 파킹통장 5000만원 초과 금액의 금리를 연 4.0%로 인상하면서 올해 초에는 3·6개월 만기 ‘먼저 이자 받는 예금’ 상품도 출시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200~600%에 달하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수치만 봤을 때 안정적인 상황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최근 머니무브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는 추세 속에서 중요지표는 아니라 본다”며 “수익구조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기예금 등 수신상품을 다변화하면서 꾸준한 자본확충을 통해 리스크 흡수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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