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3년을 끌어온 SPC그룹과 공정거래위원회 간 행정소송의 판결이 또다시 늦춰졌다. 지난해에도 변론종결후 재판부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했고, 증인신청 등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쟁점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행정소송과 별도로 진행되는 형사재판이 최근 시작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홍성욱·황희동·위광하 부장판사)는 파리크라상·SPL·BR코리아·샤니·SPC삼립 등 SPC 계열 5개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 및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 대한 선고기일을 당초 19일에서 연기하고, 재판부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했다. 다음 변론은 오는 9월20일 진행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 직권으로 이뤄진 변론재개로 판결선고기일을 늦춘 이유에 대해 재판부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해당 재판부는 지난해 6월에도 7차례의 변론의 종결한 뒤 8월17일을 판결선고기일로 정했다가,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했다. 그로부터 5차례나 추가로 변론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SPC 측을 대리하는 소송대리인은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과 전종성씨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참고서면을 수 차례 제출하는 등 혐의를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공정위는 2020년 7월 SPC에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허영인 회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조상호 전 그룹 총괄 사장,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한 사안 중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혐의를 기소했고, 최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이 판결선고기일 전날 진행됨에 따라 고법 입장에서 판결선고가 이뤄질 경우 해당 재판에 끼칠 영향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당초 판결선고기일 전날 선고 연기를 통보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이 주관하는 그룹 경영 회의를 통해 삼립을 위한 판매망 저가 양도,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통행세 거래 등의 방식으로 7년간 삼립에 총 414억원의 이익을 제공했다.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자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주당 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함으로써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밀다원 주식의 정상가격은 2014년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법인세 자진 수정 신고한 금액이다.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하는 경우에는 밀다원이 삼립에 판매한 밀가루 매출이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분매각이 이뤄졌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밀다원 주식 매각으로 파리크라샹과 샤니의 주식 매각 손실은 각가 76억원, 37억원이다.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는 통행세 거래 구조가 유지되는 것과도 연결돼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에 대한 판단 여하에 따라서 부당 지원행위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