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홀딩스, 계열분리 과정에서 상표권 단독 소유
DB생명·DB손보, 금감원 개선 권유에도 상표권 부당 산정 지속
경제개혁연대, 공정위에 상표권 사용료 조사 요청
[프레스나인] HD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HD현대와 LX그룹의 LX홀딩스, DB그룹의 DB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부당한 이익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새로운 상호를 단독 출연해 상표권 사용료 수입을 독식하기로 했다. LX홀딩스는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되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 지분이 집중된 지주회사에 상표권을 단독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다. DB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DB생명보험과 DB손해보험은 DB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산정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해 2월 특허청에 새로운 상호(CI)를 출원해 수리됐다. 기존 '현대' 상호 대신 'HD현대'라는 상호로 기업 이미지를 변경한 것이다.
기존 '현대' 상호에 대한 상표권은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오일뱅크 등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상표권 사용료 수입액도 지난해 HD현대(51.3억원), HD현대건설기계(51.3억원), HD현대일렉트릭(51.3억원), HD한국조선해양(25.6억원), HD현대중공업(25.6억원), HD현대오일뱅크(20.3억원) 등의 순으로 나뉘었다. 그렇지만 내년부터는 상표권 소유권이 HD현대 단독으로 변경되면서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HD현대로 귀속된다.
HD현대 측은 "옛 상호를 대신하는 새로운 상표권을 HD현대가 단독으로 출원했다"고 전했다.
HD현대는 정몽준 회장이 HD현대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지분(지분율 26.60%)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정기선 HD현대중공업 사장이 가장 많은 지분(5.26%)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오일뱅크 등의 상표권 공동 소유자였던 곳이 새로운 상표권 소유를 포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들이 그룹 상호(CI)의 일부를 특수관계인 회사 HD현대가 단독으로 출원하도록 묵인하고 상표사용료 지급을 결정한 것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5월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LX그룹의 상표권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LX그룹의 신규 상표 'LX'의 소유권은 LX홀딩스가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다. LX홀딩스는 LX 상표의 국내외 특허청 출원 후 등록 진행 중이며, LX인터내셔널·LX하우시스·LX세미콘·LXMMA·LX판토스 등과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계열분리 과정에서 상표권을 지주회사 단독으로 소유하도록 하고, 나머지 주력 계열사들이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한 것은 결국 이들 주력 계열사들이 부당한 이익을 홀딩스에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LX그룹의 지주회사인 LX홀딩스는 구본준 회장이 20.3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구본준 회장의 배우자와 자녀들의 지분을 합하면 전체 의결권 지분의 41.36%에 몰려있다. 2021년 5월3일 설립된 지주회사 LX홀딩스가 당연히 상표권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DB그룹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산정 방식에서 오랜 기간 문제가 제기됐다. DB그룹의 상표권은 지주회사 격인 DB가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다. DB그룹은 2017년 옛 '동부'에서 'DB'로 상호를 변경했고, 2018년 10월까지는 무상사용 계약을 체결했었다.
문제는 상표권 사용료 산정방식과 금융 계열사의 기여도에 대한 문제다. DB그룹의 상표권 사용료 지급은 매출액 또는 영업수익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뒤 0.15%의 요율을 곱해 산정된다. 그런데 영업수익에 상표사용에 따르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투자영업수익도 포함해 산정하고 있어 부당한 사용료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DB생명보험에 대한 경영유의사항을 공개하면서 "매출에 포함되는 이자수익과 배당금수익 등 투자영업수익의 경우 상표 사용으로 인해 초과수익 등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비금융업을 영위하는 대부분 기업의 경우 매출에 포함하지 않는 항목인데도 회사가 이를 매출에 포함한 채로 상표 사용료 책정 산식을 정해 DB에 과도한 수준의 상표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 2020년 DB손해보험에 대한 경영유의사항에서도 "상표 사용료 산정시 기준이 되는 매출액에 투자영업수익을 포함해 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DB손해보험과 DB생명보험은 투자영업수익을 포함한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상표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DB가 2022년 수취한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347억4800만원으로 이중 77%(266억4200만원)가 DB손해보험이 지급한 것이다. DB생명보험도 32억원으로 DB 상표권 수입의 9%를 차지했다. DB손해보험과 DB생명보험, DB금융투자가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가 DB 상표권 수입의 9!%에 달한다.
DB그룹은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의 지분이 집중된 DB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DB손해보험에 대한 동일인 측의 지분은 12.16%에 그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DB손보와 DB생명, DB금융투자가 과도한 상표권 수입을 지급하면서 DB에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금감원은 2020년 DB손보에 "상표권 사용계약 기간 종료 후 사용료를 재산정할 때 그룹 상표 가치 제고에 대한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최대한 반영하고 상표 가치 산정방법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하라"고 권고했지만 3년 넘게 상표권 사용료 산정 방식은 변경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5일 이들 기업집단의 부적절한 상표권 사용료 수취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