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광고3사 재합병, '구연경' 계열분리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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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광고3사 재합병, '구연경' 계열분리 수순?
  • 김현동
  • 승인 2023.03.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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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구연경 대표, LG애드 경영권 매각후 계열분리
지주사 전환후 LG그룹 계열 재편입
디지털 마케팅 강화 명분 약해 향후 계열분리 가능성 관측도
지투알 연혁(지투알 홈페이지)

[프레스나인] LG그룹의 광고사업 순수지주회사인 지투알이 과거 분할설립했던 완전자회사를 재합병하기로 하면서 향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상속분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지투알의 모체였던 LG애드가 과거 구연경 대표가 경영권을 매각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구연경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LG 지분가치를 감안하면 지투알 경영권 지분을 넘겨받는 데에 큰 문제는 없다는 평가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투알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인 HS애드와 엘베스트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

HS애드와 엘베스트는 지투알의 100% 자회사여서 채권자이의제기 등 합병 과정에 어려움은 없다. 오는 5월12일 주주총회를 거쳐 7월1일 합병이 완료되는 일정이다.

지투알은 "디지털 시대의 통합 마케팅 경쟁력 강화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고객에게 고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3사간 합병 목적을 밝혔다. HS애드와 엘베스트 간 중복된 자원을 정리하면서 디지털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과거 HS애드 물적분할이 순수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했고, 엘베스트를 통해 시도했던 온라인 광고시장 진출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19년만의 재합병 배경에 또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옛 LG애드(현 지투알)는 2004년 8월31일 순수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광고사업 부문을 분할해 LG애드를 신설하고, 기존 법인은 지주회사인 지투알로 변경됐다. 지주사 전환 직후인 2007년 지투알은 엘베스트라는 광고대행사를 설립해 온라인 광고와 IPTV 광고시장을 노렸다.

HS애드와 엘베스트 간의 역할 분담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서도 보여진다. HS애드는 LG전자 등 계열사를 통한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51.8%(2021년 기준)에 이른다. 2009년 계열재편입 이후 77%까지 늘어났던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다. 엘베스트는 설립 직후인 2009년 내부거래 비중이 61%에 달했다가 10.9%(2021년)로 대폭 줄었지만, 전체 매출액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에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광고 계열사 재합병 목적이 디지털 마케팅 강화보다는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구연경 대표는 지난 1994년 친형제인 구원모씨로부터 LG애드 주식을 증여받아 LG애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외아들이자 LG가의 장손이었던 구원모씨는 1994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LG애드의 최대주주였던 구연경 대표는 2002년 12월 LG애드의 경영권 지분을 영국계 광고회사인 WPP 산하 투자회사인 카벤디쉬스퀘어((Cavendish Square Holding B.V)에 매각했다. 그러면서 LG애드는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그럼에도 LG그룹은 2008년 지투알 유상증자에 참여해 다시금 지투알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LG그룹 광고3사 간 합병이 결정된 시점에 공교롭게도 구연경 대표는 구광모 회장과 상속재산을 둘러싼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부친인 구본무 선대 회장의 지분 상속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둘러싼 다툼이다.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 이후에 벌어진 소송이라서 LG그룹의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재산분할을 둘러싼 다툼인 만큼 향후 구연경 대표 몫의 계열사 분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투알의 시가총액(1026억원)과 구연경 대표의 LG 지분가치(3829억원, 3월29일 종가기준)를 감안하면, 그룹 차원에서의 계열분리 의지만 있다면 경영권 매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부친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다툼의 이면에는 경영권 승계 당시에 제기하지 못했던 자신의 몫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의 광고계열사 이노선이 정성이 고문의 몫인 것처럼, LG그룹이 구연경 대표 몫으로 지투알을 매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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