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LG가(家)의 상속분쟁 재판이 증인신문 형식의 두 차례 변론에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원고 측은 장자 단독상속과 승계메모의 근거를 따지면서 상속재산분할합의서의 진위를 따지고 있다. 그러면서 경영권 참여가 아닌 상속재산 분할에 대한 재협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피고 측은 공식적으로 보존된 문서의 효력을 인정해야 하고, 원고들의 경영 참여 의도가 의심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보다는 조정회부를 제안한 상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6일 열린 LG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증인신문을 두 차례나 벌였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매듭을 찾지 못했다. 재판장 박태일 부장판사는 "핵심 증인을 신문했으나, 여전히 불분명한 사실관계와 의문이 있다"면서 "현 상태에서 조정절차를 거쳐보는 게 어떤지 제안한다"고 했다.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지난 16일 "(올해 2월) 상속(회복청구) 소송이 있기 전 1년여간 상속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 사장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의 "아빠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협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녹취록에 대해 "네"라고 확인했다. 김영식 여사가 말한 "쟤(구연경 대표)가 잘 할 수 있다. 연경이 다시 지분을 받고 싶다"는 녹취록에 대해서도 "그런 취지로 말했다"고 답했다.

해당 녹취록은 지난해 6월30일 한남동 자택에서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대표, 윤관 블루벤처스 대표가 동석한 가운데 하 사장과의 대화를 담고 있다. 녹취록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족들 간 상속갈등이 벌어지면서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대표, 구연수씨가 구본무 선대회장의 승계메모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상황에서 하 사장과 강유식 연암문화재단 이사장이 승계메모의 존재를 확인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승계메모가 폐기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 사장은 증언했다. 하 사장은 강 이사장과 본인, 재무관리팀 직원(김성기 상무, 박장수 LX하우시스 전무, 정은수·박성곤 등)들만이 승계메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도 했다.

또한 하 사장은 2018년 6~8월 사이에 원고들에게 승계메모를 한번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고들이 "특별히 강하게 (놓고 가라고) 말한 적이 없어서" 승계메모의 사본을 한남동 자택에 두고 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승계메모는 자필서명한 구본무 선대회장이 사망하면서 실무자(김성기 상무)가 폐기했다고 상세히 폐기 과정을 설명하기까지 했다. 승계메모를 원고들에게 분명히 제시했고, 그에 근거한 상속재산분할합의서가 작성됐다는 증언이었다.

그렇지만 원고들은 "승계메모도, 서명한 상속재산분할합의서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처럼 쌍방 간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재판장은 "남아 있는 증인들을 부르면 최종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강유식 증인에 대한 신문기일을 잡기보다 조정을 해보고 나서 증인신문 여부에 대한 얘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원고 측은 "재판부에서 절충점을 찾아준다면 가급적 설득해보겠다"면서 "원고들이 피고의 경영권 자체를 노리고 있다는 주장은 과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피고 측 소송대리인은 "원고들의 의사는 LG 경영에 대한 관여로 이해된다. 피고 입장에서 본인의 정당한 상속경영권이 오해받는 걸 불편해한다. 법원 판결을 통해 본인의 상속경영권이 정당하다는 걸 확인받고 싶어한다"고 조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피고 측은 "소송이 제기되기 전까지는 협의할 뜻이 있었지만,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는 본인의 정당성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는 것이 피고의 뜻"이라고도 했다.

결국 원고들은 자신들이 상속받은 선대회장의 지분 2.52%(구연경 2.01%, 구연수 0.51%)가 부당하며 추가 지분 상속을 원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피고 측은 상속재산분할합의서를 통해 이미 상속절차가 완료된 상황에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재협의한다는 건 절차적으로나 법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2018년 구본무 선대회장이 사망한 후 유족들은 구광모 회장이 선대회장의 ㈜LG 경영권 지분 중에서 2.52%를 제외한 지분을 전량 상속받기로 합의한 뒤 상속세 납부까지 완료했다. 상속재산분할 합의서 이전 최초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는 구광모 회장이 선대회장의 ㈜LG 지분 11.28%를 모두 상속받는 것이었으나, 김영식 여사가 딸들에게도 지분이 상속돼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수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