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상속분쟁]"유언장 없고 승계메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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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상속분쟁]"유언장 없고 승계메모 있었다"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3.10.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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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회복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에 하범종 LG 사장 증인 출석
"법적 효력 갖는 유언장 없었다, 선대회장 뜻 담긴 유지 메모만"
승계메모 폐기 경위 놓고 다툼도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이 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상속회복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이 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상속회복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프레스나인] LG가(家) 상속 소송의 첫 재판에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언장은 없었다는 LG그룹 임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 대신 경영권 승계 취지의 메모만 있었고, 승계메모의 취지에 따라서 법적 상속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해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미망인과 자녀들의 소송 취지와 맞닿아 있다. 다만 승계메모 인지 여부를 놓고서는 다툼이 있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ㆍ사진)은 5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상속회복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대회장의 유언장은 전혀 없었다. 선대회장의 뜻이 담긴 메모가 있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데, 메모는 '경영재산'을 구광모에게 승계하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2017년 4월 뇌종양 판정을 받은 구본무 선대회장이 수술 하루 이틀 전에 병실로 불러 선대회장이 가진 경영재산 전체를 구광모에게 넘기는 걸로 말씀주셔서 이를 정리해서 다음날 A4 용지 한 장에 출력해서 보여드리고 자필 서명을 받았다"고 했다.

유언자의 자필서명은 있으나 직접 작성하지 않은 메모 형태에 불과했고, 병실에서 선대회장과 하 사장만 있는 상태에서 구술한 내용으로 증인도 없었기에 민법상 법적 효력을 갖춘 유언장은 없었다는 취지다.

법적 효력은 갖춘 유언장은 아니지만, 선대회장의 유지(遺旨)를 담은 승계 메모를 피상속인(김영식 여사와 구광모·연경·연수)과 강유식 이사장, 구자정 고문 등에게 알렸다고 하 사장은 증언했다.

하 사장의 이 같은 증언에 대해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연수 등의 원고들은 해당 메모를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임성근 변호사가 '원고들에게 메모를 보여줬다는 증거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하 사장은 "증거를 대라고 하면 찾아봐야 하는데, 지금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 사장은 "유지 메모는 참고자료다. 주요 주주분들은 장자가 승계해야 한다는, 구자경 명예회장 시절부터 내려오는 전통이 있어서 설명드린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해당 승계 메모의 존재 여부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 사장은 "승계 메모는 재무관리팀 서류보관함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상속절차 마치고 나서 실무진들이 폐기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메모는 유언장도 아니고 참고자료다. 메모대로 상속분할이 이뤄지지도 않았고, 상속세 신고 종결 이후 효용 가치도 없어서 업무 관행에 따라 폐기했다"고 덧붙였다.

출력된 문서 외에 원본파일의 폐기 여부에 대해 하 사장은 "5년 전에 부서를 옮기면서 삭제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확답을 피했다. 2018년 당시 LG 재경임원(전무)였던 하 사장은 2022년부터는 경영지원부문장 겸 재경팀장(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유언장의 존재 여부와 승계 메모 폐기 경위를 놓고 원고 측의 증인 신문이 주로 진행됐다.

원고 측은 하 사장에게 '원고들에게 유언장이 있다는 언급을 여러 번 하지 않았느냐. 유언장이라면서 상속 지분을 말한 적이 있나'고 따져 물었다.

하 사장은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 당시 그룹 지주사인 ㈜LG의 재경임원으로 그룹 총수 일가의 재산관리와 상속 분할 협의 등을 총괄한 인물이다. 2003년 LG화학 재무관리팀 차장을 시작으로 2011~2014년까지 LG화학 재무관리담당 임원을 역임한 뒤 2015년부터 LG 재경팀장을 맡았다.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인 2019년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2022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날 재판에서 하 사장은 "선대회장이 저를 신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으로 하 사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운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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