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범종 사장 "승계메모대로 딸들 상속분은 0%인 셈"
김영식 여사 요청에 인위적 상속비율 조정
[프레스나인]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유지(遺旨)에 따라 지주회사 재무관리팀장이 만든 경영권 승계문서에 구연경·연수 자매의 LG 의결권 지분 상속분은 0주였던 것으로 법정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해당 상속비율은 김영식 여사의 요청에 의해 변경됐다.
5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상속회복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유지 메모에 따라 (원고들의 상속분은) 0%인 셈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하 사장은 진술은 원고측 소송대리인이 '김영식, 구연경에게 유언장이라면서 상속지분을 말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그는 "0%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 '0%라는 말이냐'고 질문해서 그런 셈이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고 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에 따라 하 사장이 참고자료로 승계메모를 작성했고, 그 메모에 담긴 상속분이 구광모 100%였다는 것이다.
'법대로라면 상속배분이 1.5:1:1:1인데 흔쾌히 수용했나'라는 원고 측의 질의에 하 사장은 "법정 상속(분)은 합의가 안될 때 하는 것이다. 그 때는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졌다. 나중에 상속 합의가 다 끝날 때 쯤에 김영식 여사가 딸들이 0%라고 해서 서운하다고 했다. 이를 구광모 회장에게 전달했고, 구광모 회장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15% 지분이 됐다"고 답했다.
하 사장이 선대회장의 유지에 따라 최초에 작성한 경영재산 승계비율은 구광모 회장만 선대회장의 지분(1945만8169주)을 수증하는 것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8년 11월1일 실제 상속 비율은 이와 달리 구광모 회장이 선대회장 지분의 77.7%(1512만2169주)만 수증했다. 나머지 지분은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가 각각 346만4000주(17.8%), 87만2000주(4.5%)를 수증했다. 민법상의 법정 상속비율이 아니라 구광모 회장의 지분율을 수증 전 6.24%에서 15.0%로 맞추는 인위적 상속 비율이었다.
하 사장은 "상속재산 분할협의안 작성 과정에서 피고(구광모)가 아이디어를 내 보라고 했고, 승계 프랙티스 등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15%를 기준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LG 의결권 지분은 2018년 5월1일 기준 11.28%였고, 배우자 지분을 합할 경우 15.48%였다.
하 사장은 "구광모 회장이 단일 대주주이고 그룹 총수가 돼야 해서 (지분율) 15% 정도로 전달해보자고 해서 원고 측에 갔다. 원고 측이 그에 대해 제안받자마자 좋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2.52%를 제안했다"고 했다.
구광모 회장의 지분율을 15% 맞추는 선에서 상속비율을 정하면서, 구연경과 구연수의 몫이 각각 2.01%, 0.51%로 정해졌다는 것이다.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연수 자매는 ㈜LG 주식 일부와 함께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하 사장의 증언과 달리 김영식 씨 등은 유언장이 있다는 말을 믿고서 민법상의 상속비율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법에 따르면 유언없이 남편이 사망하고 상속인 간 합의가 없다면, 상속 지분은 모든 상속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상속인이 배우자와 3남매일 경우 유산은 1.5:1:1:1로 배분된다. 합의가 되지 않아, 법정 상속비율대로 지분 상속이 이뤄졌다면, 구광모 회장의 지분율은 6.24%에서 8.7%에 그치게 된다. 이에 비해 김영식 여사의 지분율은 4.20%에서 8.0%가 되고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의 지분율도 각각 3.4%, 2.7%로 늘어난다.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해 하 사장은 "구본무 선대회장 지분(11.28%)과 예금을 포함한 경영재산에 대한 상속이 다 합의돼서 2018년 10월초에 1차 초안을 가져갔더니 김영식 여사가 딸들 지분이 있었으면 한다고 해서 2차 초안을 만들었다"면서 "그해 10월말경에 3차 상속분할협의서 초안 승인받았고, 11월1일자로 인감도장 날인해서 상속절차가 끝났다"고 했다.
최초의 경영승계 메모에는 구광모 회장이 선대회장의 지분을 모두 수증하는 것이었으나, 김영식 여사의 요청에 따라 상속비율이 인위적으로 조정됐다는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