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상속분쟁]승계관행 공방…'승계메모' vs. '상속합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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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상속분쟁]승계관행 공방…'승계메모' vs. '상속합의서'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3.11.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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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분할합의서' 서증 놓고 공방
구자경 LG 명예회장 경영승계, 구본무 회장에 지분 일부 승계
구자경 명예회장 별세후 유족회의서 구광모 단독상속 반대의견 제기돼

[프레스나인] LG가(家) 상속지분을 둘러싼 분쟁 소송의 핵심 쟁점인 상속재산분할합의서의 효력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경영재산 상속분할협의서 작성해서 공적인 서류로 만드는 과정에서 구훤미 사모님이 '조금은 받아야지' 해서 일부 예금이 상속인들에게 골고루 돌아갔다"고 말했다.

하 사장의 증언은 원고 측 소송대리인의 '구자경 명예회장은 모든 경영재산을 (장자에게) 상속한 것이 아니라 나눠서 줬다. 왜 (장자에게 경영재산 전부를 주라는 것에서) 바뀌었나'라는 질의에 대해 답변이다. 하 사장은 "김영식 여사가 '본인 김영식은 고 화담 회장님(구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고 (상속재산합의서에) 서명했는데 그런 취지와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상속재산의 분할 협의 과정에서 일부 상속인이 장자로의 단독상속에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일부 개인재산이 장자가 아닌 다른 상속인에게 배분됐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법정에서 하 사장은 "2017년 4월 뇌종양 판정을 받은 구본무 선대회장이 수술 하루 이틀 전에 병실로 불러 선대회장이 가진 경영재산 전체를 구광모에게 넘기는 걸로 말씀주셔서 이를 정리해서 다음날 A4 용지 한 장에 출력해서 보여드리고 자필 서명을 받았다"고 했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2019년 12월 별세했고, 2020년 상속재산 분할을 놓고 유족들 간 회의 과정에서 구훤미·구본식 등의 유족들이 구광모 회장으로의 단독 상속에 반대했다고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전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LG 지분 164만8887주(0.96%)는 2020년 6월25일 구광모 회장에게 전부 피상속됐다. 이로 인해 구광모 회장의 ㈜LG 지분율은 15.0%에서 15.95%로 늘어났다.

하 사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이 광모가 장차 회장이 돼야 한다, 광모가 충분한 지분을 가져야 한다, 내 지분은 장자한테 가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기에 아무런 이의없이 상속인 간에 합의됐다"고 했다. 하 사장은 '2016~2017년 무렵부터 (구자경 명예회장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원고측 소송대리인의 '모든 경영재산이 (장자에게) 승계된다는 문서가 있나'는 질의에 하 사장은 "그런 문서는 없다"고 답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상속지분이나 구본무 선대회장의 상속지분을 모두 장자에게 승계하는 공식 문서는 없지만, 일종의 장자 승계 관행에 따라서 모두 장자에게 상속했다는 것이다. 다만 구본무 선대회장의 ㈜LG 의결권지분은 11.28%(2017년말 기준)로 구본능(3.45%), 구본준(7.72%), 구본식(4.48%) 등 동생들 전체의 지분율(15.65%)보다는 낮았다.

지난달 증인 신문에서 원고측의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구본무 선대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될 때 경영재산, 특히 LG화학 주식이 모두 구본무 선대회장에게 이전됐나'는 질의에 하 사장은 "지주회사 출범 전이다. 이전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었다. 지난 달 증인신문 과정에서 원고측 소송대리인은 '구자경 명예회장에서 구본무 선대회장으로의 경영승계 당시 상속분 가운데 60%를 장자에게 승계하고 나머지는 딸들에게 8% 나눠준 것이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당시 하 사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은 앞으로 상속이 일어나거나 계열분리를 할 때 지분이 장자, 회장에게 대다수 만들어지도록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주셨다. 그러고 나서 구본무 회장 때 유연하게 변했다."고 말했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장자에게 경영재산을 100% 승계하는 관행은 없었다는 것이다.

2차 증인신문에서 원고 측은 '삼성그룹이나 SK그룹과 달리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이고 구씨 일가가 40% 정도 지분을 보유해서 경영승계가 자유로운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하 사장은 "다른 그룹과 비교해본 적은 없지만, 자유롭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LG는 최대주주인 구광모 회장(15.95%)과 그 특수관계인 30명의 합산 지분율이 41.70%(2022년말 기준)에 이른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지분은 6.83%로 격차가 압도적이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이재용 회장 포함 최대주주 지분은 33.47%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덕분에 최대주주 지분율이 늘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 역시 25.99%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피고측 대리인은 '한남동 자택에서 상속재산을 보고한 후에 원고들이 놓고 가라고 한 적이 있느나'고 물었고, 하 사장은 "특별히 강하게 말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증인은 상속재산협의안을 제시하고 가져온 것이 맞느냐'는 질의에 대해 하 사장은 "(원고들이) 연명치료확인서조차도 회사에서 보관하는 걸 편하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영식 여사가 서명한 상속재산분할합의서에 대해 원고 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승계메모와 상속재산분할협의안에 대해 상속세 납부 등 상속이 완료되기 전까지 원고들이 유언장 존재 여부 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 사장이 원고들(김영식·구연경·구연수)에게 최초로 제시한 상속재산분할협의안은 구광모 회장이 선대회장의 ㈜LG 지분 11.28%를 모두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산분할 협의 과정에서 김영식 여사가 딸들에게도 지분이 상속돼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수정됐다. 최종적으로 김영식 여사가 자필서명한 상속재산분할합의서는 선대회장의 경영권 지분 중에서 2.52%를 제외한 지분을 구광모 회장이 상속받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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