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대손충당금전입액 371%↑
신한은행, 하나은행도 전기보다 대폭 늘려 기업여신 부실 대비
우리은행, 충당금전입액 900억원 불과

[프레스나인] 주요 은행이 기업여신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린 데 비해 우리은행이 충당금전입액을 적게 쌓아 주목된다. 부실채권 매각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잠재부실이 늘어나고 있어 손익관리 차원에서 충당금을 적게 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올 1분기 여신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손충당금전입액을 대폭 늘렸다.
국민은행은 1분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을 전년동기 195억원 보다 대폭 늘린 3609억원으로 책정했다. 전분기 1809억원 보다도 180% 증가한 액수다. 대부분인 3334억원을 기업여신에 책정함에 따라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여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손충당금전입비율(대손비율·CCR)은 전분기 0.14%에서 0.40%로, 기업 CCR의 경우 0.06%에서 0.69%로 수직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NPL)의 부실채권도 1분기에만 427억원을 매각했는데, 지난해 총 매각액이 13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상각한 채권은 91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0억원 늘었다.
하나은행도 1분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을 전년도(728억원) 67% 늘린 1219억원을 정했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상당부분인 967억원을 중소기업과 소호여신에 대한 충당금으로 분류했다. 특히 1분기에만 기업 부실채권 1549억원을 매각하는 등 총 1685억원을 정리했다. 여기에 소각한 여신도 전년동기 대비 52% 증가한 825억원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전년도보다 92% 늘린 1548억원의 대손충당금전입액을 쌓았다. 신한은행도 1046억원을 기업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으로 분류하면서 기업여신 부실에 대비했다. NPL매각 규모도 전년도 352억원 보다 74% 늘어난 613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도 1분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을 전년대비 371% 늘린 2423억원을 적립한데 이어 부실채권도 전년보다 2배 늘어난 443억원을 매각하는 등 미래손실흡수능력을 강화했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전입액은 900억원으로 유일하게 1000억원을 밑돌았다. 1분기에 부실채권 등 여신 2160억원을 상각 또는 매각하며 부실관리에 나서기는 했으나, 다른 주요은행보다 자산건전성 비율 지표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충당금을 적게 쌓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올해 1분기에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잠재부실로 분류되는 요주의 여신은 늘어나고 있다. 우리은행의 가계여신 중 요주의 여신은 작년 2분기부터 큰 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인 증가세다. 가계여신 외에 중소기업 여신 중 요주의 여신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 관련 대출에서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은행 잠재부실 채권인 요주의여신은 1분기에만 10%(1901억원→2091억원) 늘었고, 연체율도 6pb(0.22%→0.28%)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이 여전한 가운데 그 동안 장기간 유예된 중·소상공인 대출만기와 이자상환이 올해 종료되는 상황에서 감춰진 부실규모가 어느 수준이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이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건전성 강화해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